남의 일기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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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7. 13. 09:37
간접 경험이 된다느니, 나를 찾을 수 있다느니 이런 고리타분하고 진부한 표현은 배제한다. 사실 이런 나도 예전 일기에서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나를 나로 세우기 위해서'라고 썼다... 오마이갓... 내 마음속에 있는 걸 문장으로 발견하며 위로 또는 공감의 기쁨을 얻는다고. 혹은 그 느낌들을 복합적으로 가지고 있다가 어느 순간 현상을 바라볼 때 시선의 다각성을 얻게 된다고...... 오마이갓2... 요즘 내가 책을 읽는 이유를 적어 보려고 한다. 사실 잘 안 읽지만 그래도 애는 쓰는 이유. 사 놓고 더럽게 안 읽지만, 그래도 서점에 들러 굳이 또 사는 이유. 진부하게 시작한다. 정보의 홍수이다. 유튜브를 통해, 영화관에서, 유명인의 스피치를 들으며 다양한 경험과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정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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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과 아이의 차이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7. 6. 19:59
약수역에 리사르커피집이 있다. 아직 여기만큼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먹어 본 적은 없다. 이태리에서도 아메리카노가 가장 맛있었다. 역시 한국인. '커피의 나라'인 탓인지(?) 아메리카노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구경할 수 없었는데, 관광객 때문인지 미술관에서는 팔았다. 굉장히 추운 날씨였는데 그때 먹었던 가난한 초코과자 하나와 뜨아가 내 인생 뜨아로 남아 있다. 이상하다. 인생 아메리카노를 이탈리아에서, 인생 에스프레소를 한국에서 먹었다니. 어쨌든, 출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김성수와 오랜만에 약수역을 찾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섯 잔을 때려 넣고 있었다. 8주간의 항생제 복용으로 오랜만의 카페인 섭취였다. 후에 남산 둘레길을 걷는데 손과 발이 덜덜 떨렸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떨렸다. 오늘은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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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6. 17. 01:01
총만 들어도, 심지어 주먹만 올라가도 화면에서 눈을 돌리는 나는 김성수에겐 고역의 상대다. 나: 오빠, 쐈어? 어? 죽었어? 성수: ······. 나: 뭐야, 그래서 손가락 잘랐어? 어? 안 잘랐어? 어떻게 됐어?! 성수: ···응. 죽었어. 나: (손바닥으로 최대한 화면을 가리며 자막 부분만 슬쩍 본다) 뭐야!! 안 죽었잖아! 왜 죽었다고 거짓말해?! 성수: (절레절레... 나의 이마에 손가락 총을 겨눈다) 빵. 난 잔인한 영화와 공포영화는 절대 못 본다. 김성수는 나더러 상상력이 심하게 풍부하다고 비아냥거리지만, 난 그냥 피와 잘린 피부들을 죽어도 못 볼뿐이다. 그런 나에게도 너무너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블랙 미러 김성수가 제주도에 나가 있을 때 혼자서 보려고 해 봤다. 쫄려서 실패했다. 집에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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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몽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6. 16. 11:50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김성수에게 하소연했다. "이렇게는 못 살겠어. 악몽 꾸다가 나는 죽겠어." 요즘은 대체로 내가 맞기 전에 계속해서 누군가를 힘주어서 때리는데,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발악하며 깨어난다. 죽거나 맞기 전에 어떻게든 나만의 루틴을 이용해 눈을 뜨긴 하는데(눈과 이마에 초인적인 힘을 주어 눈꺼풀을 들어올리려고 부단히 애를 씀) 이 모든 과정이 너무 공포스럽다. 깨고 나면 손발이 저릿저릿하다. 그러면 나는 필사적으로 쥐었다 폈다 하면서 최대한 저린 손발을 푼다. 하지만 쏟아지는 잠에 다시 악몽을 꿀 가능성이 굉장히 컸다. 나는 손발이 굉장히 차가운 편이다. 혈액순환이 문제인 것도 같았다. 프로이트는 꿈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실험을 자주 했는데, 예를 들어 이마에 잎사귀를 올리고 자면 이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