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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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12. 21. 00:33
어찌 된 일인지 1월에 출간해야 할 책이 3개가 되었고, 이브에 1개, 연말에 1개를 쓰려던 연차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디자이너가 시안을 주는 날을 피하다 보니 예정에도 없던 월요일에 연차를 쓰게 되었는데, 그게 김성수와 나의 3000일이었을 줄이야... 서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침대 속에서 한참을 안고 있다가 둘이서 쉑쉑버거를 먹으러 갔다. 그리고 밤에는 둘이서 신나게 부루마블을 했다.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둘이서 행복한 하루였다. 나는 얼마 전 차를 샀다. 김성수는 대중교통 러버라 뚜벅이로 두고, 나는 차가 있는 인생도 살아보고 싶었다. 인스타에 '연봉별 자동차'라는 게시물을 종종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연봉을 받아 본 사람이 쓴 글이 맞나 싶은 글이었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내 주제를 알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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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킹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12. 12. 15:00
예전에 스타킹을 보면서 "저게 무슨 능력자야?" 싶었던 참가자가 있었다. 심 없이 샤프로 몸에 글자를 썼는데, 그 글자가 그대로 나타나는 능력이었다. 그건 무슨 마법도 아니었고 그저 쇠독에 불과했다. 나도 같은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안다. 사람들은 마술이라도 본 듯 너무나도 신기해했다. 그저 피부가 쇠에 반응하는 것뿐인데... 사실, 그 참가자보다 내가 더 능력은 있었다. 나는 피부가 예민해서 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선명하게 글자가 나타났다. 이 능력을 살려 잔머리를 굴렸던 적도 있는데, 영어 단어시험 직전에 손목에 써 놓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안타깝게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손발이 떨려서 써먹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래서 청바지도 못 입는다. 청바지는 지퍼를 잠그는 부분이 동그란 쇠 모양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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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 모멘트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11. 26. 23:25
내 학창 시절도 똑같았다. 남자는 경기를 뛰고, 여자는 앉아서 응원을 했다. 생각해 보면 난 체육을 좋아했다. 쌍쌍축구를 할 때도 난 여자지만 골을 넣고 싶었고, 키가 작아도 레이업 슛을 배울 때 즐거웠다. 운동신경이 아주 없는 편은 아니었는데, 지금도 오락실에서 농구를 할 때 마지막 라운드까지 공을 넣곤 한다. 우물쭈물거리다가 응원만 했지만 많은 여자들이 운동의 즐거움을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남자들이 개운하게 축구경기를 마치고 오면, 거기서 느껴지는 기운들이 왠지 부러웠다.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때가 있다. 배드민턴을 치다 보면 티카타카가 기가 막히게 되는 순간이 있다. 생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하는 그 순간. 물론 처음부터 그렇게 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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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국수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11. 25. 17:49
니체는 영원회귀를 말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100살 때 죽는다고 가정을 하면, 1살 때부터 100살까지의 삶을 그대로 복사해서 100년 후든 3000년 후든 그대로 붙여넣기 해 똑같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태어날 때마다 이전에 살았던 삶을 영원히 반복해서 산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꽤 많은 걸 시사해 주는데, 나의 경우는 가장 반복하고 싶지 않은 1순위가 술이다. 꼭 소주 한 잔을, 맥주 한 캔을 더 따서 다음 날 숙취를 맞이했던 그 수많은 순간들을. 그 모든 장면들을 격렬하게 되돌리고 싶다. 물론 후회를 한다고 해서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는 오늘 아침만 해도 회사에서 토를 했다. 윙윙 울리는 머리통을 부여잡고, 쌀국수로 해장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