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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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말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8. 13. 10:59
우리 엄마는 자주 나에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라고 했다. 예쁘게 입는 것, 그럴싸한 직업, 때에 맞춰할 결혼, 내세울 수 있는 배우자 등등 아빠는 반대였다. 내가 1등을 했든 상을 받아왔든 용돈을 드렸든, 자식 자랑은 절대 하지 않았다. 최근엔 돈 너무 많이 버는 직업은 하지 말라고 한다. 말년이 우울하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아빠가 과묵하다거나 뭐,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다. 아빠는 전국구로다가 파워 핵인싸니까. 나는 아주 현실적인 엄마와 굉장히 이상적인 아빠를 둘 다 좋아하는데 비유하자면 엄마는 주위 사람들을 많이 쳐다보라는 것이었고 아빠는 그냥 본인을 거울 속에 자주 비춰보라는 것이었다. 살다 보니 둘 다 필요하긴 한데,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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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8. 1. 21:58
우리는 둘 다 차분하다는 말을 자주 들으며, 자존감도 꽤 높은 편이다. 개인의 행복이 우선이니 남과 비교하는 일도 적었고, 감정대로 다 표현을 하는 편이라 마음에 담아 둘 불편함도 별로 없었다. 무엇보다 서로 대화가 많았다. 매일같이 함께 일어나고 잠에 드는데도 대화는 항상 즐거웠다. 정신과 상담을 결심한 자초지종은 이렇다. 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의 심리'라는 썸네일을 보았다. 개인적으로 몇몇 인간들이 떠올라 '그래, 도대체 니네는 왜 그런 거니' 싶은 마음에 영상을 눌렀다. 요약하자면 이런 것이었다. "평소에 긴장감이 낮은 사람이 약속시간에 대한 개념도 떨어져요. 이런 사람들은 평소에 주의집중력도 떨어진 경우가 많고요. 드라마 한 편을 집중해서 다 못 본다거나, 공부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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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먹은 대로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7. 30. 01:45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먹은 대로 행복하다고 한다. 맞는 말 같다. 대체로 불행은 내가 마음먹지 않아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선택을 내리지 않으니까 흔들린다. 선택에 따른 대가까지 고민하니까 이도 저도 안 하는 것에 덧붙여 불안만 더하는 것이다. 정말 순수하게 꿈을 좇다 보면 현실적인 내 모습으로 인해 마음이 다칠 일이 많이 생긴다. 대단한 사람과 비교해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나, 노력할 시간도 이젠 없는 것 같고 애를 쓸 일도 하기가 싫다. 외면하다가 현실과 타협하고 나면 조금은 쉬워지는데, 돈도 함께 들어오기가 쉽다. 의외로 돈을 버는 일은 정해진 길을 아주 착실히 따라갈 때 따라오기가 더 쉽다. 후에 돈을 쓰는 일은 아주아주 즐겁고 행복하다. 그런데, 남들보다 조금 빠르게 안정감을 더하고, 그리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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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백신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7. 29. 15:41
두더지 게임은 두더지 머리가 게임을 즐길 만큼 올라오기라도 한다. 잔여백신은 새로고침을 한 육백 번쯤 하면 3~4개짜리 알람이 한 번 올라오는데 알람이 뜨는 순간 늦었다고 보면 된다. 망치를 들고만 있었는데 게임이 끝난 것이다. 겨우 기다린 두더지였는데. 물론 치긴 쳤다. 알람이 떴으니 알람 버튼을 누르긴 했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 모순적인 듯한 말은 사실이었다. '알람이 뜨는 순간 이미 늦었다.' 얻으려는 자는 제대로 공부하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라고 했다. 잔여백신 예약하는 법을 블로그로 공부하고, 나름 확률이 높은 방법들로 계획을 세웠다. 5개 병원까지는 문자알람 설정이 가능하니 병원마다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시간대를 파악하기도 했다. 진심 헛수고였다. 반사신경이 느린 편도 아닌데 재빨리 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