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스물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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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름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5. 22. 00:00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게 되는데 나는 내 머릿속의 안전한 상상을 깨뜨리고 싶지 않아 새로운 정보를 찾거나 유입시키지 않았다. 괜히 찾아냈다가는 온통 움직여야 할 것들이 밀려드니까! 그래서 나는 오늘도 최대한 미룰 때까지 미뤘다. 알게 되는 순간, 그동안의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게 된다. 이게 너무 고통스럽기도 하고 또 양심에 찔려서, 발전하고 싶기도 하다. 스스로 멋있었다고 자위하고 합리화했던 그 모습을 창피하고 불편하니 없애긴 해야겠으니까. 그러니 애초에 발을 담그려고 잘 안 했다. 물에 더 젖어들면 옷을 다 벗어야 하니까 애써서 이것저것 유행 따라 남들 따라 갖추어 입은 옷들을 내가 직접 경험해서 짠 옷들로 다시 추려 입어야 하니까 파도를 타고 헤엄쳐야만 하는 그 힘듦을 최대한 피하고만 싶은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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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증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5. 19. 15:59
3주 동안 항생제를 먹고 있다. 나의 피부를 지키는 착한 세균과 침투하려는 나쁜 세균이 싸워서 내가 졌다. 그 세균이 침투해서 얼굴에 염증이 생겼다. 내 얼굴은 지금 온통 붉다. 병원에서 알러지가 많은 기질도 문제겠지만 면역력이 많이 저하되었다고 했다. 의사가 평소에 술 담배를 하냐고 물었다. 담배는 안 한다고 대답하고, 술은 조금 한다고 대답했다. 일주일에 얼마만큼을 먹는지 구체적으로 물어왔다. 나는 속으로 '일주일에 한두 번, 맥주 1캔 정도'를 답변으로 준비하고 있었는데 옆에 앉아있던 김성수가 "매일이요. 간혹 하루는 빼고, 맥주를 두세 캔 이상씩 마셔요"라고 대답해버렸다. 나는 속으로 '다신 이 병원은 못 오겠다'라고 생각했다. 나의 반사적인 거짓말은 엄마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얼마 전, 큰이모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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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로버 디스커버리 (21.04.10)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5. 19. 15:56
개나 소나 있는 차가 나는 갖고 싶다. 친구랑 캠핑 갈 때 뚜벅이들 사이에서 멋지게 트렁크에 텐트도 싣고 싶고, 별안간 불쑥 시골까지 운전해 엄마랑 맥주도 한잔 하고 싶다. 별별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김성수는 차를 살 생각이 1도 없다. 그렇다고 나 혼자 할부를 내고 싶지도 않다. 무엇보다 늦잠을 자 택시를 타고 출근을 했더니 지하철보다 30분이 더 늦는 것을 보고는, 주차장에 화석처럼 전시할 것이 아니라면 신중하게 생각하자 싶었다. 서울에선 차를 타느니 차라리 비싼 빔(쌩쌩이)을 타는 게 더 낫다. 혹시 김성수가 친구가 없어서(?) 차의 편리함을 모르고 살았나 싶다가도 일 년에 열 번도 더 제주도에 들락거리는 김성수가 차 없는 불편함을 모를 리 없다. 그냥 김성수는 교통수단을 좋아하는 것이다. 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