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만 들어도, 심지어 주먹만 올라가도 화면에서 눈을 돌리는 나는 김성수에겐 고역의 상대다.
나: 오빠, 쐈어? 어? 죽었어?
성수: ······.
나: 뭐야, 그래서 손가락 잘랐어? 어? 안 잘랐어? 어떻게 됐어?!
성수: ···응. 죽었어.
나: (손바닥으로 최대한 화면을 가리며 자막 부분만 슬쩍 본다) 뭐야!! 안 죽었잖아! 왜 죽었다고 거짓말해?!
성수: (절레절레... 나의 이마에 손가락 총을 겨눈다) 빵.
난 잔인한 영화와 공포영화는 절대 못 본다.
김성수는 나더러 상상력이 심하게 풍부하다고 비아냥거리지만, 난 그냥 피와 잘린 피부들을 죽어도 못 볼뿐이다.
그런 나에게도 너무너무 보고 싶은 게 있었다.
블랙 미러
김성수가 제주도에 나가 있을 때 혼자서 보려고 해 봤다.
쫄려서 실패했다.
집에 오자마자 나는 한 편씩만 같이 봐 달라고 부탁했다.
김성수도 포기해서 이젠 설명을 다 해 준다. 내가 호들갑을 조금만 덜 떨면서 기다리면 된다.
블랙미러는 시즌 5까지 나왔다. 시즌이라고 해 봤자 세 편에서 여섯 편 정도 된다.
왜 좋은지는 안 쓸 거다. 말이든 사진이든 진짜 좋은 건 다 못 담으니까.
어쩌면 그냥 보면서 느끼는 게 다일뿐인지도 모르겠다.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담았기 때문에 각자가 담을 수 있을 만큼만 본인의 언어로 해석하면 된다.
나는 한 편 한 편이 전부 나를 찔러대는 내 모습 같아서 연달아 보지도 못했다.
사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는 대부분 불편한 것들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