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게임은 두더지 머리가 게임을 즐길 만큼 올라오기라도 한다. 잔여백신은 새로고침을 한 육백 번쯤 하면 3~4개짜리 알람이 한 번 올라오는데 알람이 뜨는 순간 늦었다고 보면 된다. 망치를 들고만 있었는데 게임이 끝난 것이다. 겨우 기다린 두더지였는데. 물론 치긴 쳤다. 알람이 떴으니 알람 버튼을 누르긴 했다는 말이다. 그래도 이 모순적인 듯한 말은 사실이었다. '알람이 뜨는 순간 이미 늦었다.' 얻으려는 자는 제대로 공부하고 관심을 지속적으로 기울이라고 했다. 잔여백신 예약하는 법을 블로그로 공부하고, 나름 확률이 높은 방법들로 계획을 세웠다. 5개 병원까지는 문자알람 설정이 가능하니 병원마다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시간대를 파악하기도 했다. 진심 헛수고였다. 반사신경이 느린 편도 아닌데 재빨리 눌렀다 싶어도 무조건 실패였다. 매크로를 돌리는 사람이 있지 않겠냐는 김성수의 비관적인 조소에도 난 몇몇 희망적인 글들을 보고 희망을 품었더랬다. 하지만 난 긍정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이틀 동안 엘리베이터에서, 택시에서, 지하철에서 시도를 한 것으로 나는 다신 잔여백신을 노리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두더지에게 놀림이라도 당한 듯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생각은 모두 케바케일 수 있다. 백신 맞기를 무서워하는 사람, 백신을 맞지 않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는 사람, 그래도 백신은 꼭 맞아야 한다는 사람 등등 내 주위에도 백신 맞는 걸 무서워해서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려는 친구들이 많다. 그래도 나는 아픈 것이 지겨운 편에 속했다. 난 정말로 이젠 어떤 병명으로든 판단 내려지는 게 정말정말 싫었다. 다시 태어나라는 엄마의 말마따나, 난 이제 예방이 된다면 맞을 수 있는 주사는 다 맞으려고 한다. 물론 놀고먹고 있다는 시간적 여유가 만들어 낸 킹잉여력이기도 했다. 마감일에 쫓겨 원고를 보고 있었다면 백신 예약은커녕 백신 맞을 날짜까지 고민하고 있었을 테니. 놀 때 한번 해보자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다 보니 재밌기도 했는데 결론은 축낸 시간들에 짜증만 더할 뿐이었다. 인스타에는 백신을 맞은 사람, 잔여백신 예약에 성공한 사람들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나는 비록 잔여백신 예약 실패담을 쓰고 있지만 로또 당첨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처럼 또다시 카톡을 열고 있는 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