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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말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8. 13. 10:59
우리 엄마는 자주 나에게 남의 시선을 신경 쓰라고 했다.
예쁘게 입는 것, 그럴싸한 직업, 때에 맞춰할 결혼, 내세울 수 있는 배우자 등등
아빠는 반대였다.
내가 1등을 했든 상을 받아왔든 용돈을 드렸든, 자식 자랑은 절대 하지 않았다.
최근엔 돈 너무 많이 버는 직업은 하지 말라고 한다. 말년이 우울하다나 뭐라나...
그렇다고 아빠가 과묵하다거나 뭐,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거나 하는 편은 아니다.
아빠는 전국구로다가 파워 핵인싸니까.
나는 아주 현실적인 엄마와 굉장히 이상적인 아빠를 둘 다 좋아하는데
비유하자면 엄마는 주위 사람들을 많이 쳐다보라는 것이었고
아빠는 그냥 본인을 거울 속에 자주 비춰보라는 것이었다.
살다 보니 둘 다 필요하긴 한데, 한 가지 알게 된 사실은 있다.
남의 시선을 신경 쓰다 보면 꼭 남에 대한 말도 함께 늘어나더라는 것이다.
그도 그럴 테다. 결국엔 비교가 되어버리니까.
그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가장 쉬운 습관 하나가 생기는데,
부족한 나를 바라보기보다 남을 타깃으로 삼아 남을 패배시키는 일을 한다.
상대적으로 내가 뭐라도 있는 듯한 괜찮은 기분이 들기에 이것만한 방법이 없는 것이다.사람들은 모두 다 제 잘난 맛을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남 말을 할 때 사람들은 굉장히 비이성적이 된다.
괜히 부풀리고 덧붙이고 빠르게 섣부른 판단을 한다.
결국 다른 사람의 평가는 나와는 전혀 관계없는 그들만의 이런저런 문제인 경우가 많다.마음이 안 좋으니 나쁜 말이 나온다는 말.
그러니 그들의 말을 고스란히 나에게 옮길 필요도 없다.
비이성적인 말을 기준으로 본인을 왜곡할 필요도 없다는 말이다.
가끔 김성수가 내 직장생활의 별 스트레스 없음에 놀랄 때가 많은데, 대체로 이유는 무시가 잘 됐음에 있다.
"짠하더라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작은 마음들이 나는 짠하더라고... 그러니 무시가 잘 돼...진심이다. 특히 나이를 많이 잡수신 분일수록 성격 바꾸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텐데...
애쓰려고가 아니라 난 그렇게 생각 회로가 빨리 돌아가는 편이다.
친구들의 고민을 들어줄 때 내가 가장 자주 하는 말이 있는데, 남 신경 쓸 필요 전혀 없다는 말이다.
물론 나만 생각하느라 남한테 피해 주라는 말은 아니다. 내 친구들은 별로 그런 친구들도 없다.
괜히 남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고, 그러다 보니 똑같이 남 말을 괜히 귀담아들을 필요도 없다는 말.
내 말을 믿어도 좋다! 진짜니까.
제대로 해 주는 남 말은 느낌부터 다르다는 걸 안다.탁 쳐서 나를 풀어준다. 제대로 건드려 주는 일.
그렇게 하려면 제대로 나를 깊이 있게 들여다봐 주지 않고는 가능하지 않다.
그러니 그냥 애정에 아주 감사할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