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서른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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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1. 21. 20:06
웃긴 얘기지만 나는 내 아이의 이름을 미리 상상해 놨다. 바로 심온深穩이다. 여기서 '심'은 깊을 심, (색이) 짙을 심이고, '온'은 편안할 온이다. 자신의 색이 짙고 깊어서, 그래서 편안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완벽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번 시큰둥만 하던 김성수도 이번에는 고개를 힘껏 끄덕여 주었다. 나는 내 이름의 한자 뜻도 좋아한다. 오직 '유唯'에 이로울 '리利'. 오직 나만 이롭다는 뜻이다. 딸을 낳은 아버지는 자신의 사랑을 여지없이 담아냈다. 오직 내 딸이 이롭기만 하기를. 당시는 여자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단다. 이름대로만 살면 큰일 나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 일단 나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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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1. 19. 22:23
성수는 독감으로 잠만 잔다. 나는 아직 독감이 옮지는 않았다. 함께 점심을 먹고, 성수가 낮잠을 잘 때 조용히 집을 나왔다. 이젠 제법 쌀쌀해진 탓에 장갑도 챙겼다. 산책 코스는 언제나 문래공원이다. 이번이 문래에서 맞는 마지막 겨울이 될 것이다. 바스락거리는 낙엽잎이 붉고 노란 길을 내었다. 그리고, 그보다 좀 더 화사한 빛을 내는 할머니할아버지 커플이 있었다. 나는 일부러 발걸음을 늦춰 그들의 뒤를 바라보았다. 성수와 나도 항상 손을 잡고 걷는데. 우리의 노년도 저들과 같을 수 있을까. 가구라는 시가 있다. 아내와 나는 방에 놓인 가구처럼 서로 말을 걸지 않고, 그림자와 함께 육중하게 어두워지고 있을 뿐이라는. 둘 다 움직이지 않는 가구가 되면, 서로에게 말을 걸 필요가 없어진다면, 부부라는 이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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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목적인 것의 편안함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1. 18. 20:40
맹목적인 것에는 무서움이 따르는 것 같다. 한 사람만 집착해서 좋아할 때도, 배가 이미 부른데도 계속 입 속에 음식을 욱여댈 때도, 분명 필름이 끊길 만큼 취했는데 술 한잔을 더 따를 때도, 충분한 휴식이 필요한데 번아웃이 올 정도로 일에 목을 맬 때도. 분명 무언가 잘못된 것 같기는 한데, 편안함 속에 나의 가속도를 늦추지는 않는다. 나를 고통의 심연 속에 빠뜨릴 것은 은연중에 아는데도, 지금 당장은 나를 놓아버리는 게 더 편한 것이다. 맹목적인 것에는 편안함이 있다.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삼재를 탓하거나 내가 저지른 잘못을 하느님의 이름으로 쉽게 용서해 버릴 때 가장 편안한 방법을 찾은 게 된다. 여기서 삼재나 하느님은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이성적 사고 회로를 돌리지 않은 채 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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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1. 17. 21:02
나는 아침잠이 많은 편이다. 특히 겨울이 되면 전기장판을 벗어나기 싫어 좀 더 눈을 붙이고 있는다. 기본 8~9시간은 채워서 자는 것 같다. 나는 평생 악몽을 많이 꾸는 편이었는데, 이것을 해결했다. 수면 질 향상을 위해 작은 알약 하나를 받아서 취침 전에 먹고 있기 때문이다. 수면제는 아니고, 악몽을 조금 조절해 주는 약이다. 덕분에 나의 수면 질은 크게 향상하였다. 우리는 몸의 건강뿐 아니라 뇌의 건강을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잠을 잘 자서 평소에 피로감이 훨씬 줄어들었다. 푹 자는 동안 뇌도 충분히 휴식을 취했기 때문이다. 최근에 요가도 다시 시작했다. 평소에 운동을 너무 안 해서, 첫날 레슨을 받고 일주일 내내 근육통을 달고 살았다. 어깨며 목, 허벅지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얼마나 나의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