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긴 얘기지만 나는 내 아이의 이름을 미리 상상해 놨다. 바로 심온深穩이다. 여기서 '심'은 깊을 심, (색이) 짙을 심이고, '온'은 편안할 온이다. 자신의 색이 짙고 깊어서, 그래서 편안하기를 바라는 의미를 담았다. 여기저기 휘둘리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완벽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살아가고 싶은 삶의 방식이기도 하기 때문에. 매번 시큰둥만 하던 김성수도 이번에는 고개를 힘껏 끄덕여 주었다.
나는 내 이름의 한자 뜻도 좋아한다. 오직 '유唯'에 이로울 '리利'. 오직 나만 이롭다는 뜻이다. 딸을 낳은 아버지는 자신의 사랑을 여지없이 담아냈다. 오직 내 딸이 이롭기만 하기를. 당시는 여자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했단다. 이름대로만 살면 큰일 나겠지만, 그래도 나는 내 이름을 좋아한다. 일단 나부터 이로워야 타인을 이롭게 할 수도 있으니. 어쩌면 나와 심온의 이름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색이 짙거나 깊어지기 위해서는 삶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후여야 한다. 반드시 다양한 앎을 다채롭게 음미해 본 뒤여야 한다. 그래서인지, 앎과 삶은 글자가 닮아있다. 마치 알아간다는 것은 살아간다는 말과 다름 아니라는 듯이. 알고 나면 삶이 좀 더 확장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앎이나 삶은 딱 붙어있는 동전의 양면처럼 끊임없는 인생의 과정인 것도 같다. 나는 어렸을 땐 충분히 휘둘려보았다가, 지금은 바로 설 수 있는 정도는 되었을까. 나는 조금 편안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