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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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6일 (20.04.16)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30. 16:34
단어가 주는 무게가 있다. 만약 그 무게감만으로도 거부감을 갖는다면, 그건 무엇 때문일까. 매일 생각하진 않는다. 그저 이맘때쯤으로 나도 퉁친다. 누구는 이야기하고, 누구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저 이야기하는 사람을 욕하지만 않으면 된다. 의기소침해지지 말고, 편 가르지 말고, 그저 논리가 아닌 공감의 차이일 뿐이다. 떠올리면 코끝에 진동이 온다. 숙연할 시간 몇 초만 있어도 반발심부터 생길 이유는 없다. 그저 내 감정, 공감의 깊이를 한번 들여다보면 된다. 혼자 살아갈 이 없고, 모두가 가족이란 게 있으니 더 중요한 일이 얼마나 많은데, 라고 말한다면 그 중요하다는 일을 얼마나 쉽게 쉽게 만드는지 얼마나 쉽게 결정짓는지 들여다 볼 여유만 있어도 된다. 사실 이것의 부재가 만든 사건이기도 하니까. 머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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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찰맨 (20.04.13)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30. 12:48
김성수는 불찰맨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땐가, 친구들의 관심이 고팠고 약간 깝치는 스타일이라 학습부장을 맡았다고 한다. 한 번은 친구들의 의견을 선생님께 잘못 전달해서 일을 그르친 적이 있었다. 그때 성수는 교실에 허겁지겁 들어가서 허겁지겁 말했다. "친구들아, 미안해! 모든 게 다 내 불찰이야!" 그때부터 성수는 불찰맨이 되었다. 그 후로 다시는 부장같은 건 맡지 않았다고 한다. 3학년이 어떻게 불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는지, 지금 내가 생각해도 웃긴데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놀림을 받았을지 생각하면 그냥 조금 더 웃기다. 뭐가 계기가 되었든 김성수는 외향적인 편은 아니다. 다만 그가 쓰는 단어들이 재미있다. 표독, 가재눈, 맙소사 등등 낯선 단어들을 잘 활용한다. 이때 표독과 가재눈은 모두 나를 보고 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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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어준 머리 (20.04.12)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30. 12:32
오늘은 쓰기도 싫다. 카페에 와서 또 원고를 봤다. 내일이 원고를 넘기는 날이다. 초교지 전에 글을 좀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맥주밤을 지새우며 문장이란 문장을 다 끊어 냈는데도, 다시 보니 소주가 땡겼다. 소주 대신 바로 앞에 보이는 미용실에 갔다. 기분 전환이 필요했다. 맨날 민지한테 가서 하니까, 카카오 예약은 처음 해 봤다. 홀연히 떠났다가 세 시간 만에 나타난 나를 보고 김성수가 말했다. 김어준 머리 한 거냐고. 머리에 폭탄을 맞았다. 머리 스타일이 뭐랄까. 줄담배를 연이어 필 것 같고, 밤낮없이 술을 마실 것 같다. 차라리 2002 안정환 머리라고 해줬다면 나았을까. 카카오에 리뷰를 꼭 달아달라고 했다. 나는 부탁은 정말 거절하지 못한다. 김어준 머리가 되었다고 남겨도 괜찮을까. 다시 앉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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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과 숙취 (20.04.10)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30. 12:12
어젯밤 이 맥주 캔들을 따게 한 저자와 오늘 오후에 미팅이 있다. 책 제목을 정하기 위해 팀장님과 셋이 저녁을 먹자고 한다. ㄴㄴ. 그럼 이 원고는 누가 볼 건데. 글 군더더기 다 깎아내느라 분량 부족해서 추가 원고 요청하고, 챕터별 프롤로그까지 부탁했다. 그런데 오늘 양꼬치에 맥주를 먹자고 한다. 참 감사했다. 이왕 드시는 맥주 팀장님과 감성을 다해 좋은 책 제목을 가져오셨으면 좋겠다. 이제는 맥주도 취한다. 을지로에 아주 맛있는 45년 전통의 닭곰탕 집이 있다. 해장에 그만인데, MBC에 출현한 게 잘못인지 가끔 줄이 너무 길다. 사실 큰 상관은 없다. 그저 점심시간 짬내서 국물 몇 수저 들이켜면 된다. 나는 눈이 아주 안 좋은 편인데, 가끔 필름이 끊기면 아침에 고민에 잠긴다. 렌즈를 빼긴 뺐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