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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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7. 12:30
예를 들어 나의 가장 큰 불안과 걱정은 이런 거였다. '돈을 못 벌어서 나중에 굶어 죽으면 어쩌나'가 아니라, '해변에 해수욕하며 책을 읽는 저 자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은데, 해수욕도 재미없고 책을 사진 찍으려고 읽으면 어쩌나' '연주회에 가면 진짜 감동을 먹고 싶은데, 개쩔었다고 친구들한테 뻥만 치면 어쩌나' '산을 레알 삼겹살과 막걸리만 생각하면서 타면 어쩌나' '인스타그램 친구는 단지 숫자인데, 이야기인 친구는 몇 명일까' '모네 그림이 단지 유명해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라고 말하면 어쩌나' 이 비슷한 것들....... 왜 하는지 모르겠는 거짓말들이 쌓여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 같았다. 굶어 죽는 것보다 더 흉측하게 나를 마무리하는! 수 클리볼드가 아들 딜런을 잃었을 때 절실히 고민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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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와 꿈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7. 11:31
나는 꿈을 엄청 꾼다. 시리즈로도 꾸고, 복붙해서 똑같이 꾸고, 힘겹게 깨도 또 꿈인 인셉션꿈도 꾼다. 꿈은 '무의식'의 표출이다. 억압되었던 나의 무의식이 변형되어 나타난다. 변형되는 이유는 무의식이 대부분 '욕망'의 억압이기 때문이며, 욕망은 대체로 사회적 통념상 비도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꿈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소망 충족에 있다. 프로이트가 꽤나 멋진 것은 욕망의 영역을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보고, 토론할 수 있도록 끌어올린 데 있다. 우리는 욕망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그런데 사회는 욕망을 억압하며 분열된 삶을 강요한다. 우리의 우울들을 대부분 그 분열에서 온다. 꿈은 평상시 우리의 생각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외딴 나라에 한 달간 영어도 못하고 혼자 벙어리 여행하던 시절, 묵언수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