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는 불찰맨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땐가, 친구들의 관심이 고팠고
약간 깝치는 스타일이라 학습부장을 맡았다고 한다.
한 번은 친구들의 의견을 선생님께 잘못 전달해서 일을 그르친 적이 있었다.
그때 성수는 교실에 허겁지겁 들어가서 허겁지겁 말했다.
"친구들아, 미안해! 모든 게 다 내 불찰이야!"
그때부터 성수는 불찰맨이 되었다.
그 후로 다시는 부장같은 건 맡지 않았다고 한다.
3학년이 어떻게 불찰이라는 단어를 떠올렸는지,
지금 내가 생각해도 웃긴데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놀림을 받았을지 생각하면
그냥 조금 더 웃기다.
뭐가 계기가 되었든 김성수는 외향적인 편은 아니다.
다만 그가 쓰는 단어들이 재미있다.
표독, 가재눈, 맙소사 등등 낯선 단어들을 잘 활용한다.
이때 표독과 가재눈은 모두 나를 보고 쓰는 표현이다.
나는 학창 시절에 비 오는 날을 좋아했다.
이유는 하나였다.
나는 차분한 편인데, 날이 흐리면 이상하게 친구들이 조금 기분이 처진 느낌이었다.
그러면 내가 친구들보다 기분이 더 좋았다.
에너지가 축적된 느낌이라 해야 할까.
날이 굉장히 좋은 날이면 친구들의 에너지를 따라가느라 바빴다.
사실 이 말도 모순인 게, 나는 정말 열심히 놀긴 했다.
빵 때문에 담도 자주 넘고, 야자 시간은 술로 채웠다(시골이라 가능).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다행이다.
에너지가 넘쳐야 하는 때, 내 친구들이 나에게 에너지를 주었다는 사실이
지금은 비 오는 날도 좋아하고, 해 쨍쨍한 날도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