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스타킹을 보면서 "저게 무슨 능력자야?" 싶었던 참가자가 있었다.
심 없이 샤프로 몸에 글자를 썼는데, 그 글자가 그대로 나타나는 능력이었다.
그건 무슨 마법도 아니었고 그저 쇠독에 불과했다. 나도 같은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안다.
사람들은 마술이라도 본 듯 너무나도 신기해했다.
그저 피부가 쇠에 반응하는 것뿐인데...
사실, 그 참가자보다 내가 더 능력은 있었다.
나는 피부가 예민해서 그 사람보다 더 빨리 더 선명하게 글자가 나타났다.
이 능력을 살려 잔머리를 굴렸던 적도 있는데, 영어 단어시험 직전에 손목에 써 놓을까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물론 안타깝게도 심장이 너무 빨리 뛰고 손발이 떨려서 써먹을 수는 없었다.
나는 그래서 청바지도 못 입는다.
청바지는 지퍼를 잠그는 부분이 동그란 쇠 모양으로 되어 있는데, 두 시간만 입고 있어도 닿는 부분이 오돌토돌하게 올라왔다.
집에 가서 보면 무의식 중에 손톱으로 긁은 자국들이 처참하게 남아 있었다.
그래서 난 고무줄 바지만 입는다.
더 안타까운 건 귀걸이인데, 길거리에서 파는 값싸고 화려한 장신구들이 나에겐 그저 무기로 보인다.
항상 금을 파는 가게에서, 꼭 18k 이상의 금귀걸이를 거금을 주고 사야 했다.
문제는 술만 마시면 잃어버렸다. 그래서 난 귀걸이도 별로 없다.
하나만 주구장창 끼다가 잃어버리면 그때 다시 샀다.
알러지 프리도 나에겐 소용없으며, 심지어 은마저도 탈이 났다.
흙수저인 내가 금수저인 환경에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 기가 막혔다.
그 당시 스타킹 출연은 내가 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