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는 영원회귀를 말했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삶이 영원히 반복된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100살 때 죽는다고 가정을 하면, 1살 때부터 100살까지의 삶을 그대로 복사해서 100년 후든 3000년 후든 그대로 붙여넣기 해 똑같은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태어날 때마다 이전에 살았던 삶을 영원히 반복해서 산다는 것!
이건 생각보다 꽤 많은 걸 시사해 주는데, 나의 경우는 가장 반복하고 싶지 않은 1순위가 술이다.
꼭 소주 한 잔을, 맥주 한 캔을 더 따서 다음 날 숙취를 맞이했던 그 수많은 순간들을. 그 모든 장면들을 격렬하게 되돌리고 싶다.
물론 후회를 한다고 해서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나는 오늘 아침만 해도 회사에서 토를 했다.
윙윙 울리는 머리통을 부여잡고, 쌀국수로 해장을 했다.
거듭, 그리고 또 거듭. 한 1000번쯤 환생을 한다면 이 끔찍하게 반복되는 순간마다 나는 어찌해야 할까.
어쨌든 니체가 설정한 이 가정은 내 삶에 있어서의 선택들에 좀더 깊은 생각을 기하도록 만든다.
어제는 소라가 선물한 3L짜리 레드와인과 김성수가 맛있다고 3병을 쟁여 둔 화이트와인을 섞어 마셨다.
안주는 2주 만에 배달이 온 엄마표 김장김치였다.
엄마의 귀찮음 때문에 김치는 다 익어서 도착을 했는데, 나는 꼭 보쌈과 함께 먹고 싶었다.
어젠 퇴근 후 재즈 레슨을 다녀오는 수요일이었고, 시간은 아주 많이 지나 배가 고픈 저녁 10시였다.
집 앞 순댓국집에서 수육을 포장해 정신없는 예능과 함께 정신을 놓고선 정신없이 음식물을 섭취하기 시작했다.
술 마신 다음 날 토를 하게 되는 이유는 나로서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음식을 너무 많이 먹어서, 두 번째는 알코올로 인한 술병.
물론 그 두 개가 짬뽕이 되었을 수도 있다.
토는 역주행을 한다는 것이고, 그 역행이 목구멍으로만 이루어지진 않는다.
난 어제 김장김치를 먹었고, 그 센 양념들이 내 콧속을 구석구석 다 구경했다.
눈에 눈물이 가득 차올랐다.
찜질방 콘셉트의 회사 휴게실에서 한 시간만 잘까 하다가, 억울하게 토를 하고 나니 속이 또 괜찮았다.
토를 한 후엔 카톡이 왔는데, 성수가 김치를 여러 통에 소분해 둔 사진이었다.
정갈하게 낱장 낱장 줄지어 있었다.
우리집은 김성수가 집사람이고 내가 바깥사람이다.
성수는 재택을 하니 매번 집에만 있고, 나는 돈을 벌러 밖으로 나온다.
오늘 아침에도 성수는 김치 담을 통을 깨끗하게 소독하는 중이었고, 나는 머리도 감지 못한 채 출근을 하는 중이었다.
역할은 이상하지만 어쨌거나 쿵짝은 참 잘 맞는다.
결론은, 영원회귀가 나에게 주어진다면, 난 가장 먼저 이놈의 술버르장머리를 확 고쳐 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