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된 일인지 1월에 출간해야 할 책이 3개가 되었고,
이브에 1개, 연말에 1개를 쓰려던 연차 계획은 물거품이 되었다.
디자이너가 시안을 주는 날을 피하다 보니 예정에도 없던 월요일에 연차를 쓰게 되었는데,
그게 김성수와 나의 3000일이었을 줄이야...
서로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침대 속에서 한참을 안고 있다가
둘이서 쉑쉑버거를 먹으러 갔다.
그리고 밤에는 둘이서 신나게 부루마블을 했다.
어제도 오늘도 여전히 둘이서 행복한 하루였다.
나는 얼마 전 차를 샀다.
김성수는 대중교통 러버라 뚜벅이로 두고,
나는 차가 있는 인생도 살아보고 싶었다.
인스타에 '연봉별 자동차'라는 게시물을 종종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연봉을 받아 본 사람이 쓴 글이 맞나 싶은 글이었다.
결론만 말하면 나는 내 주제를 알고 아주 작고 소중한 차를 샀으며,
제네시스도 살 수 있다(?)는 김성수는 '제네시스는 무슨 제네시스'냐며 대중교통을 고집했다.
정작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할 사람은 차를 샀으며, 외제차도 (라면만 먹으면) 감당 가능할 김성수는 대중교통을 선택했다.
둘 다 월급만 받으면 증발해 버리던데, 다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차를 사나 모르겠다.
내 차는 궁둥이가 귀엽기로 소문난 베뉴이다.
그런데 육 개월 후에 나온다고 한다.
연말이 다가오고, 부질없는 새해 계획을 세우는 때가 되었다.
나는 유튜브 광고에 현혹되었고, 신민아가 광고하는 가벼운 영어 학습지를 결제했다.
왕초보 영어 스피킹을 탈출하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었다.
정말로 웃기게도, 김성수와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종종 자주 하는데,
아마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과, 매일 편안한 곳에서 제일 편안한 사람과 함께 산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둘 다 욕심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 자체로 만족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둘이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