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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호등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2. 12. 21:35
알쓸범잡에서 어떤 박사가 했던 말이 있다. 신호등은 사람이 법적으로 우선시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법칙이라 좋아한다고. 멘트가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아마 비슷한 말을 했을 거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횡단보도에 초록색 불이 켜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안전을 믿고 건너간다. 신호등 앞에서는 아무리 센 기계의 자동차라도 사람의 아래에 있다. 하지만 그것보다 내가 더 신기했던 것은, 신호등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박사님의 시선이었다. 사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평소에 접하는 무언가라도 다양한 시선으로 보고 싶어서. 책을 통해서 연습하는 거다. 작가의 시선을 읽고, 나의 삶에도 적용해 보기. 꼰대처럼 좁고 편협한 생각으로 살고 싶지 않은 나의 고집을 깨는 도구가 되어 준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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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2. 9. 21:37
요즘은 집밥을 자주 해 먹는다. 우린 사실 사 먹거나 배민이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근처의 식당을 4년간 섭렵하다 보니 꽤나 물렸다. 물론 퇴근하고 나면 각자 운동에 씻기도 바빠서 편의점 음식을 전전하지만, 그래도 주말엔 마트에 들러 장을 봐서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양가에서 보내 준 김장김치에 알배추도 넉넉해서, 최근엔 배추찜을 종종 해 먹었다. 나는 물에 빠진 야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채소를 많이 넣고, 성수는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통 큰 삼겹살을 넉넉히 넣는다. 다 같이 한번에 넣고 푹 익혀서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엄마가 보내 준 많은 양의 알배추가 처음엔 미웠는데, 지금은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이 해 먹는 음식은 파스타다. 토마토와 바질, 올리브오일을 넣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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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남의 일기 서른하나 2023. 12. 6. 19:50
삶을 파도에 비유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예전엔 그냥 비유 자체가 멋있게만 보였는데, 인생의 1/3을 살아 보니 왜들 그렇게 파도에 비유하는지 알 것도 같다. 인생은 그냥 잔잔한 호수일 수가 없다. 좋은 일이 있다가도 나쁜 일이 생긴다. 안정감을 느끼다가도 고통의 순간이 찾아온다. 끝없이 넘실대고 매섭게 몰아치는 파도를 타고 수영할 줄 알아야 삶을 지나올 수가 있다. 삶은 외부 환경에 따라서 나의 결정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 마음속의 의지만 가지고는 예상한 대로 계획한 대로 착착 진행할 수가 없는 게 인생이다. 바로 이러한 예측 불가능성을 자연의 파도에 비유한 것은 아닐까. 인생을 운운하는 글은 지루하고도 낯간지럽지만, 그래도 매번 꺼내 볼 수밖에 없게 된다. 잘 살다가도 탁, 하고 내 인생을 크게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