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
아무튼, 인기가요남의 일기 서른셋 2025. 1. 7. 20:52
를 카톡 선물하기로 소라에게 보냈다.짧은 메시지도 덧붙였다. 임신 전에 술과 작별해야만 할 너에게가장 친한 친구와 헤어질 시간을 주고 싶어서이란 책을 선물한 적이 있지.지금 그 어떤 말도 해 줄 수 없는 너에게복잡한 머릿속의 무게가 매일같이 너를 누르고 있을 요즘어떤 식으로든 환기라는 작은 바람을 날려주고 싶어 보낸다.굉장히 바빠서 책 읽을 시간은 당연히 없겠지만,두렵고 무섭고 답답하고 참혹한 공기가 너의 밤잠을 방해할 때그때 읽어. 아주 가볍게. 너가 고른 주제로.잠시 다른 생각으로, 작은 숨이라도 쉬길 바라는 마음으로 보내. 출간된 시리즈의 종류는 현재까지 69권으로 주제가 다양하다.제목을 보고 옵션은 소라가 선택하겠지만,나는 일단 를 택해서 보냈다.소라는 고등학교 때 댄스동아리를 든 적이 있고, 매..
-
싸움의 기술남의 일기 서른셋 2025. 1. 5. 12:59
내가 자주 사용하는 싸움의 기술을 소개하려고 한다.나의 싸움 상대는 언제나 남편뿐이다.그 외의 친구나 지인에게는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건 적이 없다.인생 총량의 법칙으로 화풀이의 상대를 배우자로 단독 선정한 것 같다.사실 우리는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 그래도 간혹 서로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크고 작은 다툼들이 생기곤 한다.대체로 나의 싸움 기술은 둘 중에 하나다.첫째, 그로부터 입은 감정적 손상에 대해 긁힌 것뿐이면서, 뒤늦게 내가 느꼈던 감정에 이성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합리성 부여하기.치사한 방법이다. 나의 종지만 한 그릇 때문에 제대로 긁힌 것뿐인데, 오히려 합리성을 표방한 근거를 끼워 맞추며 상대방을 탓하는 기술이다. 나는 심지어 말빨도 좋다. 뒤늦게 안경을 들어 올리며 이성적인 척을 한..
-
시선남의 일기 서른셋 2025. 1. 3. 23:09
좋아하는 국내 작가,라고 하기엔 주로 외국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아마 책도 독일어로 먼저 쓰이고 한국어로 번역되는 것 같다.한병철의 신간 소식이 들리면 나는 예외 없이 주문해서 읽는다.난 원래부터 읽는 속도가 느리다.좋게 말하면 정독이라 할 수 있겠고, 나쁘게 말하면 이해력이 좀 느리다고 볼 수 있겠다.그런 나에게 한병철의 글은 간혹 한두 장을 읽는 데에도 삼십 분이 소요될 때가 있다.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담겨 있은 압축된 사유를 따라가기가 벅차다.하지만 그의 문장은 굉장히 짧고 간결하며 명쾌하다.나는 읽었던 문장의 첫머리로 다시 돌아가며, 한 문단을 곱씹고 또 곱씹어 꾸역꾸역 소화해 내며 이런 생각을 한다.그의 시선은 얼마나 깊이 있게, 이 세상 다양한 것들에 머물렀던 것일까.나는 세상 어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