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밥을 자주 해 먹는다. 우린 사실 사 먹거나 배민이거나 둘 중 하나였는데, 근처의 식당을 4년간 섭렵하다 보니 꽤나 물렸다. 물론 퇴근하고 나면 각자 운동에 씻기도 바빠서 편의점 음식을 전전하지만, 그래도 주말엔 마트에 들러 장을 봐서 만들어 먹으려고 한다. 양가에서 보내 준 김장김치에 알배추도 넉넉해서, 최근엔 배추찜을 종종 해 먹었다. 나는 물에 빠진 야채를 좋아하기 때문에 채소를 많이 넣고, 성수는 고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통 큰 삼겹살을 넉넉히 넣는다. 다 같이 한번에 넣고 푹 익혀서 간장 소스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다. 엄마가 보내 준 많은 양의 알배추가 처음엔 미웠는데, 지금은 우리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이 해 먹는 음식은 파스타다. 토마토와 바질, 올리브오일을 넣고 기본 파스타를 가장 많이 해 먹는다. 그리고 만들 때마다 과도한 면 욕심으로 둘이서 4인분을 해내고는 한다. 터지려고 하는 배를 부여잡으며 이번에도 양 조절 실패라며 똑같은 멘트를 매번 반복한다. 파스타는 간단하고 뒤처리도 신속해서 우리가 가장 자주 해 먹는 음식 중에 하나다. 항상 사 먹기만 하다가 만들어 먹으니 좋았다. 무엇이 좋았다고 콕 집어 말할 순 없지만 좀 더 맛있는 느낌이다. 작은 부엌에서 둘이 투닥투닥 재료를 손질하는 것도 즐겁고, 음식을 두고 마주 앉아 이건 한 번 더 해 먹어도 좋겠다며 품평을 하거나, 이번엔 실패라며 다음엔 무얼 해 먹을지 의논하는 것도 즐겁다. 설거지를 두고 하는 가위바위보는 언제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다. 성수와 마주 앉아 해치운 끼니 수가 적어도 5,000번은 넘을 것이다. 음식을 함께 먹는 게 식구라는 말이 있듯이, 성수와 나는 식구가 된 지 벌써 11년이 되어 간다. 앞으로도 성수와 함께할 매 끼니가 기대된다. 매일 봐도 좋은 성수가 있으니, 성수와 매일 먹는 음식도 설레고 여전히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