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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가 인사 (20.10.18)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2. 00:56
연차 사유로 '양가 인사'를 써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인쇄소와 출판사가 가장 바쁜 시기, 휴가 불허로 머리를 굴린 뻥이었다. "잘하고 왔니?"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미리 멘트를 준비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아주 중요한 일에 연차를 허락해 준 뿌듯함이 사장님의 눈에 가득했다. 7년 동안 서로의 부모님을 뵌 적은 없다. 궁금은 하셨을 텐데, 워낙 우리 둘의 성격을 잘 헤아려 주셨다. 서른이 다가오는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주변의 결혼들이다. 나는 나이 먹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진 않는다. 그래도 1년 전보단 매년 지금이 더 나은 것 같기 때문이다. 여유가 좀 생긴 것이든, 눈곱만큼의 철이 더 든 것이든 어쩌면 경험이 쌓이니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과거가 더 좋았다는 말을 나는 해본 적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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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갈직원 (20.08.27)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2. 00:39
요샌 혼자 출근한다. 김성수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성수네 팀엔 새로운 알바 한 분이 들어오셨는데, 나름 중요한 프로젝트라 팀장님과 함께 면접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구글, 네이버처럼 검색창을 만들 예정인데 그렇게 하려면 AI가 자동으로 분류할 수 있도록 일단 수작업으로 최대한 정확한 자료를 일일이 입력해야 한다. 하루에 700개, 많게는 1000개 정도의 정보를 입력하는 것이다. 빠른 성과를 위해 알바 한 분을 더 뽑아야 하나 회사에서 고민하던 중 성수는 자동분류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었다. 맨날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작동원리를 공부하곤 했던 공갈직원의 쾌거였다. 김성수랑 나는 항상 회사가 우리 삶의 가장 작은 영역이라고 대화 나누곤 했었다. 꼬마개발자가 나름 구르는 재주를 발휘했다. 일주일 혼자 출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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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와의 싸움 (20.08.26)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2. 00:22
몇 달 시리즈 출간에 치이고 있다. 최근엔 저자와 미묘한 다툼을 했다. 요는, 어렵게 쓰지 말고 쉽게 써 달라는 것 문장을 추상적으로 만들지 말고 일상적인 단어로 써 달라는 것 문장이 너무 모호해 아무 데나 한 군데 골라 설명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나는 확신했다. 자기 말로 쓸 수 없어서 이것저것 따다 쓴 문장이라고 저작권을 피하려다 보니 훔친 문장이 점점 길어지고 난해해졌다. 주술 관계가 전혀 맞지 않았다. 의미를 빌리려고 본인의 땅에서 잠시 돌다리를 건넜다가 간극이 너무 커서 되돌아오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냥 잠수를 해 버렸는데 문제는, 입수 전 잠시 방문했던 땅의 의미를 불확실한 상태로 나에게 던져 놓았다. 본인도 책임지지 못할 의미를(이해나 했으면 다행이다.) 나에게 책임져 보라고 하는 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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