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시리즈 출간에 치이고 있다. 최근엔 저자와 미묘한 다툼을 했다. 요는, 어렵게 쓰지 말고 쉽게 써 달라는 것 문장을 추상적으로 만들지 말고 일상적인 단어로 써 달라는 것 문장이 너무 모호해 아무 데나 한 군데 골라 설명해 달라고 하고 싶었다. 나는 확신했다. 자기 말로 쓸 수 없어서 이것저것 따다 쓴 문장이라고 저작권을 피하려다 보니 훔친 문장이 점점 길어지고 난해해졌다. 주술 관계가 전혀 맞지 않았다. 의미를 빌리려고 본인의 땅에서 잠시 돌다리를 건넜다가 간극이 너무 커서 되돌아오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냥 잠수를 해 버렸는데 문제는, 입수 전 잠시 방문했던 땅의 의미를 불확실한 상태로 나에게 던져 놓았다. 본인도 책임지지 못할 의미를(이해나 했으면 다행이다.) 나에게 책임져 보라고 하는 꼴이었다. 그럼 아는 척을 하는 저자가 되지 말았어야 한다. 계속해서 수정을 요청했다. 물론 이것저것 가져다 쓰고, 조금 바꿔 쓰고, 교묘하게 저작권을 피하는 게 (몇몇) 저자의 일이고 또 출판사의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최소한 말은 되게 해야 한다. 말이든 글이든 내가 만든 말을 스스로도 이해하지 못할 때, 가장 먼저 자기가 외면하기 시작한다. 마주 볼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그래도 내뱉고는 싶은 게 문제다. 책임지지 않고 만든 말들이 자기 품을 떠났을 때 얼마나 폭력적이 되는지. 자기도 모르게 내뱉은 말들은 얼마나 많은 오해들을 만드는지. 나도 내 맘대로 해석해야겠다.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이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라고오오오오오오오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