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 사유로 '양가 인사'를 써도 어색하지 않은 나이가 되었다.
인쇄소와 출판사가 가장 바쁜 시기,
휴가 불허로 머리를 굴린 뻥이었다.
"잘하고 왔니?"라는 사장님의 물음에
미리 멘트를 준비하지 못한 걸 후회했다.
아주 중요한 일에 연차를 허락해 준 뿌듯함이 사장님의 눈에 가득했다.
7년 동안 서로의 부모님을 뵌 적은 없다.
궁금은 하셨을 텐데, 워낙 우리 둘의 성격을 잘 헤아려 주셨다.
서른이 다가오는 지금 가장 달라진 점은 주변의 결혼들이다.
나는 나이 먹는 것을 그다지 싫어하진 않는다.
그래도 1년 전보단 매년 지금이 더 나은 것 같기 때문이다.
여유가 좀 생긴 것이든, 눈곱만큼의 철이 더 든 것이든
어쩌면 경험이 쌓이니 당연한 수순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과거가 더 좋았다는 말을 나는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오늘은 늦퇴를 하고 화상 스터디 중인 성수 옆에 조용히 앉아
포장해 온 동네 치킨과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나에게 가정의 실현은 동거인 김성수로 충분하고,
스스로도 항상 모르면서도 고민하는 자아실현을 매일 밀린 짐처럼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