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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 (20.12.10)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12. 01:49
선택의 순간은 보통 짜장이냐 짬뽕이냐 맵게냐 덜 맵게냐, 맥주냐 소맥이냐로 갈릴 때도 있지만 전혀 다른 종류의 선택일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갈 것이냐, 혹은 새로운 시도를 해 볼 것이냐. 짜장을 선택해 목이 맥히든, 매운맛과 소맥을 선택해 화장실을 불태우든 어쨌든 나만 피해를 보면 된다. 그런데 선택에 따른 타격이 내 동료들과 함께 갈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느냐. 나는 쫄려서 데이터를 수집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가 가만 보면 항상 같은 길을 안내한다. 지금처럼 가되 여기에 살짝만 알파를 더하라는. 사실 회사도 안전을 위해 이것을 지지한다. 자본은 다양성인 듯싶다가도 굉장히 전체적이다. 정리하자면 모험 없이 반은 갈 수 있다는 것인데 어떨 땐 바쁘다는 이유로 고민도 없이 똑같이 출간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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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 (20.12.09)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12. 01:33
무주는 어죽이 유명한데 가끔 외식할 때 먹곤 했다. 기억나는 어느 날 차 안엔 외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내가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옥수수였다. 허리 아프니까 옥수수 좀 같이 따자고 외할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엄마에게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심질 말라고. 흔한 대화였다. 흔히 가족끼린 종종 서로 좋자고 뭘 꼭 부탁하곤 한다. 그때, 아빠가 말했다. 우리집엔 유일한 가훈이 있다고. 속으로 언제 그런 게 생겼나 했다. 가훈인 즉, '우린 서로에게 무엇을 하라고 (부탁 혹은) 강요할 수 없다'였다. 엄만 내 친가 쪽에 3대 도라이가 있다고 했다. 우리 아빠, 작은아빠, 그리고 나. 친가 쪽은 모두 29명이 있는데, 그중 3대 리스트에 오른 것이었다. 아빠와 가끔 술을 마실 때, 아빠는 확실히 내 이야기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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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 (20.12.04)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12. 00:42
출근하고 휴대폰의 존재를 다섯 시에 알았다. 어쩐지... 눈이 너무 시려웠다. 오늘 눈알을 깜빡이긴 했을까 모르겠다. 김성수 외 2인의 카톡이 와 있었다. 희정이의 고민과 유나의 고민. 오전 9시 반에, 오전 10시에. 나는 답장을 7시간 만에 주었다. 희정이는 됐다고 했다. 희한하게 하루가 바삐 가니 출근하기 싫을 틈도 없었다. 개운하게 일하고, 또 개운하게 기절(잠들)했다. 오늘 기계처럼 서지정보를 작성하다가 문득 기계처럼 술술 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예전엔 한 문장에도 삼십 분씩 걸리던 내가 짬을 먹긴 한 것이다. 요샌 코로나로 탄력근무제가 시행되어 김성수가 8시 출근을 한다. 얼마 전부터 우린 따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퇴근하고도 각자 운동과 학원을 다녀오면 서로 대화할 시간 없다 투덜대다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