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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 (20.12.09)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12. 01:33
무주는 어죽이 유명한데 가끔 외식할 때 먹곤 했다.
기억나는 어느 날 차 안엔 외할머니, 엄마 아빠 그리고 내가 있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옥수수였다.
허리 아프니까 옥수수 좀 같이 따자고 외할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엄마에게 맞받아쳤다.
그러니까 심질 말라고.
흔한 대화였다.
흔히 가족끼린 종종 서로 좋자고 뭘 꼭 부탁하곤 한다.
그때, 아빠가 말했다.
우리집엔 유일한 가훈이 있다고.
속으로 언제 그런 게 생겼나 했다.
가훈인 즉, '우린 서로에게 무엇을 하라고 (부탁 혹은) 강요할 수 없다'였다.
엄만 내 친가 쪽에 3대 도라이가 있다고 했다.
우리 아빠, 작은아빠, 그리고 나.
친가 쪽은 모두 29명이 있는데, 그중 3대 리스트에 오른 것이었다.
아빠와 가끔 술을 마실 때, 아빠는 확실히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준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이렇게까지 대화가 잘 된 사람이 있었나 싶은 거면, 말 다한 거 아닌가.
물론 술이 사람을 마셨을 수도 있다.
어쨌든 대화의 결론은 항상 잘나가는 사람이 될 필요는 없고 본인만 행복하면 된다. 였다.
이게 아주 추상적이고도 구체적으로 대화가 되는데, 문젠 서로 공감을 잘한다는 것이었다.
사실 가족끼리는 부탁을 안 한다는 거 자체가 어불성설일 수 있다.
가족 중 누가 잘되면 그게 내 일 같은 마음이 드는 것도, 유일하게 가족만이 가능하다.
그런데 2인의 도라이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전에 자기 행복이 먼저라 외치니 이 인간들이 얼마나 꼴 보기 싫을까.
확실하게 선을 긋자는 건 전혀 아니지만
자기 행복은 정말 자기만 찾아갈 수 있다.
난 우리 가족이 전부 다 행복하면 좋겠다.
희생 전에 본인의 행복빵부터.
누군가의 도움으로 행복할 수 있는 것이 그때뿐인 것은 가족도 피해 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행복을 찾고 모아 가족의 행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