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섦
-
삶의 목적남의 일기 서른셋 2025. 1. 1. 22:00
삶의 목적은 무엇일까?우리가 산다는 것의 의미가 있을까?인간에게 삶이 주어진 것에 어떤 근원적인 이유가 있을까?전부 철학적인 질문들이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은 죽음을 향해 간다.모든 생명체는 예외 없이 죽는다.그렇다면 삶의 목적은 죽음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어차피 죽을 거라면 왜 삶이 주어지는 것일까? 생명체는 또 다른 생명의 죽음을 먹고 자란다.오늘의 나도 많은 동식물을 먹고 살아남았다.삶 역시 죽음이 있어야 가능하다.죽음의 목적 또한 삶이라고 봐도 무방할까? 만약 인간이 한 명도 죽지 않고 살아간다면이 세계는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새 생명의 탄생을 위해, 우리가 죽는 것일 수도 있겠다.삶과 죽음이 서로의 목적이 되어 순환하는 것이려나.
-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남의 일기 서른둘 2024. 12. 29. 09:35
작년에 썼던 올해 목표 중 나는 두 가지를 이뤘고, 한 가지는 이루지 못했다.결혼과 내집마련은 이루었고, 임신은 이루지 못했다.마음만 먹으면 11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으니 결혼을 할 수 있고,마음만 먹으면 직업과 은행이 있으니 풀대출로 내 집 마련도 할 수 있다.하지만 임신만큼은 그런 영역이 아닌 것 같다. 내 맘대로 덜컥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이십 대 내내 비혼주의를 외쳤던 나는 서른이 되고부터 모든 제도를 흔쾌히 받아들였다.성수와 함께 사는 건 너무도 좋아 혼인신고를 먼저 했지만,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제로에 가까웠다.그래서 웨딩드레스와 상관없이 나는 4월부터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한 생명을 억지로 세상에 초대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낳고 싶었다.그러려면 여자는 다른 게 다 ..
-
상어남의 일기 서른둘 2024. 12. 27. 15:22
오늘 상어한테 왼쪽 허벅지를 물리는 꿈을 꿨다.상어는커녕 수영을 못해 바다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데, 어찌나 물려본 것처럼 생생하게 아프던지.겨우겨우 잠에서 깨 지독하게도 찾아오는 가위에 또 한 번 당했구나, 욕하고 있는데.문득 상어에 물린다는 것의 아픔을 상상해서 뇌를 자극해 해당 통증을 구현해 내는 시스템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모든 감각은 뇌를 통해 비롯되는 것이니, 결국 정신이 신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이에게 우리는 종종 정신머리를 좀 챙기라는 말을 하곤 한다.좋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내가 지금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난 요즘 헛짓거리를 하며 하루를 살고 있다.생각이 행동을 결..
-
어설픈 실패남의 일기 서른둘 2024. 12. 26. 20:45
매일매일 실패를 하는 중이다. 문제는, 하나같이 어설픈 실패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밑바닥을 찍는 크나큰 실수는 배움이라는 선물이라도 하나 던져주는데, 나처럼 이도저도 아닌 실패를 하고 있는 때에는 정말 아무것도 주어지는 것이 없다.남는 게 없다. 나는 그저 시간을 축내고 있다. 그럼 실패라고도 표현하지 말아야지. 나의 요즘 하루는 매일 꽝이다. 꽝.마음을 다잡기 위해 매번 다짐을 하기는 한다. 하긴 하는데, 나태의 관성이 참으로 무겁다. 너무 작은 다짐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 행동의 범위가 너무 평만하다.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색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크게 움직이는 것도, 열정적인 도전들도 없다.그냥 너무나도 안전한 공간과 환경에 놓여 있어서, 가만히 자리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