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상어한테 왼쪽 허벅지를 물리는 꿈을 꿨다.
상어는커녕 수영을 못해 바다 근처에는 얼씬도 안 하는데, 어찌나 물려본 것처럼 생생하게 아프던지.
겨우겨우 잠에서 깨 지독하게도 찾아오는 가위에 또 한 번 당했구나, 욕하고 있는데.
문득 상어에 물린다는 것의 아픔을 상상해서 뇌를 자극해 해당 통증을 구현해 내는 시스템이 대단하게만 느껴졌다.
직접 경험하지 않더라도 사실상 모든 감각은 뇌를 통해 비롯되는 것이니, 결국 정신이 신체를 장악할 수 있다는 말 아닌가.
헛짓거리를 하고 있는 이에게 우리는 종종 정신머리를 좀 챙기라는 말을 하곤 한다.
좋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면, 내가 지금 머릿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난 요즘 헛짓거리를 하며 하루를 살고 있다.
생각이 행동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라면, 앞으로의 방향은 간단하다.
좋은 생각을 하면 된다. 생각머리를 바꿔먹으면 된다.
물론 '좋은'의 정의를 잘 해내는 게 관건이긴 하지만, 단순한 쾌락과 복잡한 행복을 구분하기만 해도 삶이 많이 나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가까운 예를 두 가지만 들어보자.
나는 <초가공식품>이라는 책을 읽은 후로 주스를 멀리하는 중이고, 임신 준비를 위해 몸을 따뜻하게 해 주는 한약을 마시고 있다.
달달한 주스와 쓰디쓴 한약은 모두 내 몸속 세포들에게 다양한 에너지를 주지만,
마트에서 손쉽게 구매해 곧바로 컵에 따라 마실 수 있는 주스는 충치와 당뇨를 남기고,
한의원에서 어렵게 구매해 오랜 시간 달여야만 마실 수 있는 한약은 면역력과 건강을 남긴다.
내 생활패턴도 확인해 보자. 최근 나의 문화생활은 OTT 아니면 독서다.
영상과 책 모두 나에게 재미와 더불어 정보를 주지만,
유튜브를 통해 손쉽게 떠먹여 얻어진 지식은 쾌락을 남기고,
독서를 통해 어렵게 스스로 얻어낸 지식은 행복을 남긴다.
지금 당장 주스를 마실지 한약을 마실지, 영상을 볼지 책을 읽을지 판단을 내리는 것은 오직 나의 생각이다.
꿈은 무의식의 영역이라 상어에 물리는 상상을 억지로 지울 수 없지만,
현실은 의식의 영역이기 때문에 좋은 생각을 애써서 유지할 수 있다.
나의 싸움 상대는 언제나 쉬운 나태에 빠져들려는 내 생각머리다.
복잡한 행복을 최대한 자주 얻기 내기 위해, 어렵지만 좋은 생각들을 유지하려는 힘을 길러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