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매일 실패를 하는 중이다.
문제는, 하나같이 어설픈 실패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
밑바닥을 찍는 크나큰 실수는 배움이라는 선물이라도 하나 던져주는데,
나처럼 이도저도 아닌 실패를 하고 있는 때에는 정말 아무것도 주어지는 것이 없다.
남는 게 없다. 나는 그저 시간을 축내고 있다. 그럼 실패라고도 표현하지 말아야지.
나의 요즘 하루는 매일 꽝이다. 꽝.
마음을 다잡기 위해 매번 다짐을 하기는 한다. 하긴 하는데, 나태의 관성이 참으로 무겁다.
너무 작은 다짐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 내 행동의 범위가 너무 평만하다.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는 것도, 색다른 생각을 하는 것도, 크게 움직이는 것도, 열정적인 도전들도 없다.
그냥 너무나도 안전한 공간과 환경에 놓여 있어서, 가만히 자리를 지키고 있느라 바쁘다.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영상을 본다. 정말로 나의 하루가 이렇다. 이런 하루들이 쌓여 나태의 관성을 더욱 견고하고 튼튼하게 만들었다.
오늘도 밤산책을 하면서 다짐했다. 내일부터는 이러지 말아야지. 절대로 늘어지지 말아야지.
하지만 또다시 반복되는 실패.
희한하게 밤의 차가운 공기는 날카롭게 이성을 깨우는데, 다음 날 아침 따뜻한 실내 공기는 또다시 나태를 불러일으킨다.
사실 이사를 오고 나서는 처음으로 밤공기를 들이마셨다.
겨우 붙잡은 이성으로 또 한 번 작은 다짐들을 속삭여 본다. 내일은 반드시 작은 변화라도 불러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