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썼던 올해 목표 중 나는 두 가지를 이뤘고, 한 가지는 이루지 못했다.
결혼과 내집마련은 이루었고, 임신은 이루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11년을 만난 남자친구가 있으니 결혼을 할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직업과 은행이 있으니 풀대출로 내 집 마련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임신만큼은 그런 영역이 아닌 것 같다.
내 맘대로 덜컥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이십 대 내내 비혼주의를 외쳤던 나는 서른이 되고부터 모든 제도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성수와 함께 사는 건 너무도 좋아 혼인신고를 먼저 했지만, 결혼식에 대한 로망은 제로에 가까웠다.
그래서 웨딩드레스와 상관없이 나는 4월부터 임신 준비를 시작했다.
한 생명을 억지로 세상에 초대하는 만큼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낳고 싶었다.
그러려면 여자는 다른 게 다 필요 없고 오로지 나이가 깡패라고 했다.
의학적 기준을 놓고 1년의 시도에도 임신에 실패하면 난임이라고 한다.
나는 난임 판정까지 겨우 세 번의 기회만 남았다.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
건강을 위해 잘 먹고, 잘 자고, 그리고 착상에 좋다는 한약을 먹고 난임병원을 예약하고.
그리고 되도록 좋은 생각을 하는 것.
언제나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