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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데이터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5:02
제일 재밌었던 전시는 '불온한 데이터'였다. 1년 전쯤인가, 빅데이터가 꽤 무서웠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내가 원피스를 사고 싶어 서핑하다가 맘에 드는 게 없어 다른 검색 사이트로 넘어갔는데, 그 화면 광고 칸에 원피스 쇼핑몰이 뜨더라. 자동으로 눈이 간 와중에 어쩜 이리 마침맞게 광고를 해주냐, 했는데 어느 순간 내 검색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알았다. 사실 광고가 재밌고 편하기만 하다면 이 작품도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쯤, 서점에서 《대량살상 수학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캐시 오닐은 누구보다 똑부라진 금융계의 인재로 윌스트리트에서 일하다 환멸을 느껴 빅데이터의 그림자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공평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한병철의 《투명사회》와 《심리정치》도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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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와 나플라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4:32
병욱이는 her이 왜 재밌냐고 물었고, 교회에서 썸과 신실함을 한번에 소화하는 내 친구 혜승이는 퀴어축제에 왜 갔었냐고 물었다. 여기서 her은 영화다. '인공지능과 사랑을 나누는 게 가능해?'라고 의문을 갖는다면, 이 영화 중반에 남자와 사만다(인공지능)가 섹스를 나누는 장면이 이해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사랑을 나눴고, 목소리와 마음만으로 섹스가 이루어진 후 화면이 블랙아웃 됐을 때, 난 좋았다. 그 둘만 남고 세상은 다 사라졌다. 나플라의 soft를 가끔 듣는다. 가사에서 '별 그만 보고 별 하나를 새롭게 만들자'고 한다. 둘이 사라질 공간을 꿈꾼다고 했다. 마치 남자와 사만다만 세상에 남았던 것처럼. 노래는 her의 대사로 시작된다. 우리 주위 사랑은 가끔 둘만이 남는 경험, 둘이서 만들어 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