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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데이터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5:02
제일 재밌었던 전시는 '불온한 데이터'였다.
1년 전쯤인가, 빅데이터가 꽤 무서웠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내가 원피스를 사고 싶어 서핑하다가 맘에 드는 게 없어 다른 검색 사이트로 넘어갔는데,
그 화면 광고 칸에 원피스 쇼핑몰이 뜨더라.
자동으로 눈이 간 와중에 어쩜 이리 마침맞게 광고를 해주냐, 했는데
어느 순간 내 검색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알았다.
사실 광고가 재밌고 편하기만 하다면 이 작품도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쯤, 서점에서 《대량살상 수학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캐시 오닐은 누구보다 똑부라진 금융계의 인재로 윌스트리트에서 일하다 환멸을 느껴 빅데이터의 그림자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공평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한병철의 《투명사회》와 《심리정치》도 비슷한 질문을 한다.
'투명성'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우리는 긍정적인 생각만을 할 수 있지만,
서로 자기를 투명하게 다 드러냄으로써 이제는 누군가가 감시하지 않아도 서로를 감시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는 내용이다.
괜히 커닝 안 했는데 CCTV 땜에 쫄리기도 하니까.
이 전시의 작품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반가웠다.
우리의 사회는 개인의 일상부터 국가 단위의 시스템까지 점차 데이터화되고 있으며,
사회 패러다임 또한 데이터의 진화를 기반으로 바뀌고 있다.
문제는 그 빅데이터를 소수가 거머쥔다는 것이고, 우리는 삥 뜯기듯 우리 정보를 쥐어주고 있다는 것이지...데이터를 가공, 소유, 유통하는 주체는 누구일까.
데이터를 둘러싼 맹목적인 믿음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나.우리의 정보를 보호해 준다는 명목은, 마치 국가가 우리에게 먼저 삥을 뜯은 후 그 후에 나눠줄 수 있는 게 생기는,
그 명분을 보호와 통제로 이름 붙인 그 미묘한 패턴이 반복되는 듯한 이 기분...
고진이 그랬나, 국가는 수탈과 재분배의 기구라고.
공공의 선에 기여하도록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은 과연 당연한 것일까?
이 전시의 가면은 사람의 얼굴을 시스템화할 수 없도록 한다.
빅데이터에 사용될 수 없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