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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만다와 나플라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4:32
병욱이는 her이 왜 재밌냐고 물었고,
교회에서 썸과 신실함을 한번에 소화하는 내 친구 혜승이는 퀴어축제에 왜 갔었냐고 물었다.
여기서 her은 영화다.
'인공지능과 사랑을 나누는 게 가능해?'라고 의문을 갖는다면,
이 영화 중반에 남자와 사만다(인공지능)가 섹스를 나누는 장면이 이해가지 않을 것이다.
분명히 사랑을 나눴고, 목소리와 마음만으로 섹스가 이루어진 후 화면이 블랙아웃 됐을 때, 난 좋았다.
그 둘만 남고 세상은 다 사라졌다.
나플라의 soft를 가끔 듣는다. 가사에서 '별 그만 보고 별 하나를 새롭게 만들자'고 한다.
둘이 사라질 공간을 꿈꾼다고 했다. 마치 남자와 사만다만 세상에 남았던 것처럼.
노래는 her의 대사로 시작된다.
우리 주위 사랑은 가끔 둘만이 남는 경험, 둘이서 만들어 내는 별보다
남들 눈이 바라볼 경험, 가족과 친구의 판단이 만든 사랑일 때가 많다.
비가 올 때 우산을 들고 와 줄 연인보다
비 다 함께 맞아줄 그녀가 아마 사만다였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