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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집이란 무엇인가남의 일기 서른 2022. 5. 12. 03:31
대체로 결혼을 하기 위해 집을 구하고 그게 신혼집이 되지만, 우린 집을 들어가기 위해 결혼을 하고 그게 신혼집이 됐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오랜만에 잠이 오지 않아 키보드를 뚝딱거리고 있지만 김성수는 기어코 서른까지 이어지던 나의 질긴 수면 습관을 치료했다. 잠들기까지 한 시간은 걸리고, 또 한밤중 세네 번은 기본으로 깨야 하는데, 어느샌가 머리만 닿으면 바로 숙면에 드는 김성수의 능력이 나에게로 옮겨왔다. 그대로 아침까지 깨지 않는다. 지금도 남편이 된 사람 옆에 누워 평소와 같이 손을 잡으면 된다. 그러면 김성수는 곧바로 몸을 돌려 뜨뜻한 살로 나를 데운다. 그럼 마찬가지로 둘인 아침이 찾아온다. 지금껏 이래왔던 공간이 신혼집이면 어떠하고. 작은방이면 어떠하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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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남의 일기 서른 2022. 4. 18. 17:34
박쥐는 초음파로 감각한다. 청각을 시각화해서 어둠 속에서도 환경을 인지할 수 있다. 뱀은 냄새와 열로 감각한다. 뱀은 사람이 볼 수 없는 적외선까지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똑같은 장소를 바라보더라도 박쥐가 보는 세계와 뱀이 보는 세계가 다를 것이다. 그리고 당연히 인간이 눈으로 보는 세계와도 그 그림이 다를 것이다. 어떤 생명체의 감각 체계가 옳은 기준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추상적인 사고는 인간만이 할 수 있다. 생각하는 능력으로 인간은 자연을 탐구하고 정복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자연을 좀 더 쉽게 다루기 위해 자연을 분류하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은 그 분류 체계에서 종의 위아래를 구분 지었다. 그리고 퇴보하는 종은 사라져야 한다고 확신했다. 그 잣대는 자연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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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요즘남의 일기 서른 2022. 4. 15. 15:19
난 요즘 개다. 강아지라고 해 주면 좋으련만, 김성수는 굳이 '개'라고 표현했다. 내가 개가 된 이유는 산책 때문이다.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개처럼, 나는 하루 세 번 꼭 산책을 갔다. 'I 서울 YOU'의 서울시 슬로건을 따, 나는 우리 동네에도 내 나름대로 슬로건을 붙여 줬다. 'I 문래 YOU' 오빠와 나의 문래 사랑이 한껏 들어가 있다. 사랑스러운 동네를 산책하는 게 나의 소소한 취미다. 성수도 걷는 걸 좋아하지만, 그보단 침대에 누워 롤 경기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는 혼자서 산책하기도 하지만, 그보단 한순간도 오빠랑 떨어지기가 싫다(?). 산책 타령으로 매번 시끄러운 나에게, "우리 유리, 나갈 때가 되었네"라고 말했고 그렇게 길을 나서면 잡은 손을 길게 늘어뜨려 나를 앞장서 가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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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남의 일기 서른 2022. 3. 5. 18:10
퇴사하고 싶었다. 원작이 있는 스토리를 각색해서, 청소년 타깃의 추리소설을 편집하던 중이었다. 글을 잘 쓰는 작가들은 각색하는 걸 꺼리기 때문에, 대체로 초보 작가들에게 글을 의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 초보 작가들은 자신의 이름을 내걸기보단 필명을 더 많이 쓴다. 당당히 이름을 내걸기엔 부족함을 잘 아는 것이다. 어쨌거나 나는 이해했다. 진짜 작가들은 자신의 글을 쓰고 싶어 할 테니까. 게다가 원작이 있는 경우, 원작사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수용해 줘야만 한다. 기껏 창의력을 발휘해 작가가 각색해 놓으면 원작사에서는 NG, 수정, NG, 수정... 문젠 내가 이 책만 담당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편집부 모두가 바쁜 스케줄을 소화해 낸다. 진짜로 문제는 길을 잘 안내해 줄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