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요즘 개다.
강아지라고 해 주면 좋으련만, 김성수는 굳이 '개'라고 표현했다.
내가 개가 된 이유는 산책 때문이다.
매일 산책을 시켜줘야 하는 개처럼, 나는 하루 세 번 꼭 산책을 갔다.
'I 서울 YOU'의 서울시 슬로건을 따, 나는 우리 동네에도 내 나름대로 슬로건을 붙여 줬다.
'I 문래 YOU'
오빠와 나의 문래 사랑이 한껏 들어가 있다.
사랑스러운 동네를 산책하는 게 나의 소소한 취미다.
성수도 걷는 걸 좋아하지만, 그보단 침대에 누워 롤 경기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는 혼자서 산책하기도 하지만, 그보단 한순간도 오빠랑 떨어지기가 싫다(?).
산책 타령으로 매번 시끄러운 나에게, "우리 유리, 나갈 때가 되었네"라고 말했고
그렇게 길을 나서면 잡은 손을 길게 늘어뜨려 나를 앞장서 가게 했다.
이 포지션. 이때부터 난 개가 됐다.
롤 경기를 뒤로 하고 나온 성수는, 분명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집이 좁아서 유리가 답답한 거야! 그래, 내 귀에서 피가 나기 전에 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가자!'
그렇게 우린 옆집 아파트로 이사를 가게 됐다.
이렇게 끝이라면 정말 좋으련만.
매매가로 우리 앞집은 16억, 우리 뒷집은 14억.
0을 다 세기도 소름 돋는 서울 집값에 전세 대출을 하게 됐다.
그중 가장 이자가 싼 게 신혼부부 대출이었으니, 그렇게 우린 신혼부부가 되기로 결심한다.
10년 연애를 하면서도 결혼 생각은 없던 우리였는데, 이렇게 거지같은 세상에 무릎을 꿇게 되다니...
여수에 나의 10학번 동기 두 명이 산다. 근데 이제 신혼부부를 곁들인...
그들의 혼인신고 증인을 결혼도 안 한 우리가 섰었다.
꼭 그들에게 증인을 서 달라고 하고 싶었다.
맡겨 놓은 것처럼 당장 3일 이내로 혼인신고서에 증인 사인을 해 보내달라고 했다.
부랴부랴 부친 등기가 우체국 아저씨를 통해 조금 후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