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기 스물일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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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협회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9:02
콩나물 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책 중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콩과 옥수수는 유전자 조작 농물일 수 있지만 콩나물은 그 사례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에서 내용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관련해서 반박 자료들을 메일로 보내주신다고 했다. 이 전화를 받은 선배가 나에게 '유전자 조작, 두부, 콩, 콩나물, 해외 수입일 경우 ···' 등등의 단어를 죽 나열하며 설명해 주는데, 머리가 빙 돌았다. 바로 이해도 못했다. 사실 조금은 많이 웃겼다. 디자인팀에서도 코웃음 소리가 났다. 하지만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의 직업을 조금은 더 자각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콩나물'이라는 세 글자를 보며 현실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해결책을 고민했다. 먼저, 개정판은 얼마 전 저자와 이야기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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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와 만화책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7:49
아주 가끔 가뭄에 콩 나듯 책 추천해 달란 얘길 듣는다. 그럼 내 대답은 "관심 가는 것부터" 잡지면 잡지, 만화책이면 만화책. 뭐라도 한 권 재밌게 읽어야 또 찾게 되고, 그렇게 넓혀간다. 그런데 사실 내가 생각할 때 책은 등산이다. 힘든 거 참고 견디면 어떤 순간이 온다. 책이 무조건 재미있을 순 없다. 그럼 다 책을 읽지, 왜 티빌 보고 폰을 봐. 내 개인적으로 책은 나에게 꼭 필요한 거지, 꼭 재밌는 건 아니다. 다리 아프다가도 정상에 도착하면 세상을 다 가진 듯 마음이 시원해지고 넓어진다. 그때의 기분은 참, 탁월하다. 건강한 운동처럼 정신도 운동을 줘서 생각을 견고하게 만들어 준다. 분명 그걸 알아서 읽고는 있는데! 사실 나는 알고는 싶지만 알기까지가 너무 지루하다. 정상 올라가서 깨끗한 공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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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데이터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5:02
제일 재밌었던 전시는 '불온한 데이터'였다. 1년 전쯤인가, 빅데이터가 꽤 무서웠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내가 원피스를 사고 싶어 서핑하다가 맘에 드는 게 없어 다른 검색 사이트로 넘어갔는데, 그 화면 광고 칸에 원피스 쇼핑몰이 뜨더라. 자동으로 눈이 간 와중에 어쩜 이리 마침맞게 광고를 해주냐, 했는데 어느 순간 내 검색이 기록으로 남는다는 걸 알았다. 사실 광고가 재밌고 편하기만 하다면 이 작품도 불편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때쯤, 서점에서 《대량살상 수학무기》가 눈에 들어왔다. 캐시 오닐은 누구보다 똑부라진 금융계의 인재로 윌스트리트에서 일하다 환멸을 느껴 빅데이터의 그림자를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어떻게 빅데이터는 불공평을 확산하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 한병철의 《투명사회》와 《심리정치》도 비슷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