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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협회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8. 19:02
콩나물 협회에서 전화가 왔다.
우리 책 중 유전자 조작과 관련된 내용이 있는데, 콩과 옥수수는 유전자 조작 농물일 수 있지만
콩나물은 그 사례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책에서 내용을 삭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관련해서 반박 자료들을 메일로 보내주신다고 했다.
이 전화를 받은 선배가 나에게 '유전자 조작, 두부, 콩, 콩나물, 해외 수입일 경우 ···' 등등의 단어를 죽 나열하며 설명해 주는데,
머리가 빙 돌았다. 바로 이해도 못했다.
사실 조금은 많이 웃겼다. 디자인팀에서도 코웃음 소리가 났다.
하지만 웃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나의 직업을 조금은 더 자각해야 하는 순간이었다.
'콩나물'이라는 세 글자를 보며 현실 자각을 하기 시작했다.
해결책을 고민했다.
먼저, 개정판은 얼마 전 저자와 이야기했을 때 내년 3월에야 작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문제를 검토해 내용을 전체적인 흐름에 다시 끼워 맞추려면 시간이 또 소요된다.
그런데, 그보다 개정판 출간은 1년 후가 될 것이다.
그럼 쇄를 다시 찍을 때 문제 되는 내용을 삭제하는 방법뿐인데, 나는 먼저 재고를 확인했다.
현재고 816권...
딜레마가 나에게로 왔다. 일단 쉬운 것부터.
제대로 내용 확인을 안 한 저자 탓을 할 것인가, 내 탓을 할 것인가.
일단 '콩나물'이란 농산물을 간과한 내 탓이 가장 크겠지. 나름 무주 시골 출신인데...
독자에게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충분한 사유가 된다면
분명 내용은 수정이 되어야 한다.
816권을 전부 도로 창고로 불러들여 나는 외로운 스티커 싸움을 시작하게 될 것인가, 아닐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