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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자주 사용하는 싸움의 기술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의 싸움 상대는 언제나 남편뿐이다.
그 외의 친구나 지인에게는 한 번도 화를 내거나 시비를 건 적이 없다.
인생 총량의 법칙으로 화풀이의 상대를 배우자로 단독 선정한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싸우는 일이 거의 없다.그래도 간혹 서로에게 서운한 일이 생기면 크고 작은 다툼들이 생기곤 한다.
대체로 나의 싸움 기술은 둘 중에 하나다.
첫째, 그로부터 입은 감정적 손상에 대해 긁힌 것뿐이면서, 뒤늦게 내가 느꼈던 감정에 이성적인 이유를 들어가며 합리성 부여하기.
치사한 방법이다.
나의 종지만 한 그릇 때문에 제대로 긁힌 것뿐인데, 오히려 합리성을 표방한 근거를 끼워 맞추며 상대방을 탓하는 기술이다.
나는 심지어 말빨도 좋다. 뒤늦게 안경을 들어 올리며 이성적인 척을 한다. 내 마음이 작아 보이지 않으려고 니 마음이 심히 나빴다고 나무라는 수법이다.
참으로 안타깝고 재수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둘째, 가끔 있는 실수로 그가 면책받을 만한 일을 저질렀을 때, 재빨리 공격하면서 나는 당신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하다는 높낮이 만들기.
그가 밤새 게임을 해 다음 날 약속을 좋지 않은 컨디션으로 수행하거나 비합리적인 소비를 저지르면, 나는 곧바로 비난을 날린다. 그렇다고 내가 실수를 전혀 하지 않는다거나 약속에 철저한 사람도 아닌데 말이다.분야만 다를 뿐이지 나 또한 성수에게 비합리적인 모습을 많이 보였을 것이다.
기회다 싶어 그를 비난해 도덕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싶은 마음부터가 하수다. 나의 도덕성은 오직 내가 만들 수 있는 것인데도 말이다.
이 또한 참으로 지랄 맞은 수법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나의 싸움의 기술은 모두 헛것이었다.
사실 싸움을 걸거나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바가지를 긁고 긁히는 무한 감정 낭비일 뿐이다.
그릇을 크게 가진 자는 안에 담긴 물의 양도 묵직해서 쉽게 목이 마르거나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종지 그릇만 한 나의 마음은 언제나 목이 마른 사슴처럼 다른 누군가를 향해 애걸복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히려 성수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 싸움과는 제일 거리가 먼 곳에 위치시켜야 하는데도,
평화의 반대말이 전쟁이고,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인 것처럼 너무나도 쉽게 동전 뒤집히듯 마음이 극으로 치닫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싸우지 말자. 참아야 하느니라'가 아니고, 조금만 더 감정적으로 하는 행동을 멈추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이 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