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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 집착남의 일기 스물아홉 2021. 6. 6. 12:49
마음이 안 좋을 땐 청소를 한다.
아주 오래된 나의 습관이다.
하루 종일 영상만 봤을 때, 누굴 안 만났을 때
대체적으로 하루를 지루하게 보냈을 때 반성하듯 우울감이 온다.
약간의 강박이 있는 나로서는 청소는 아주 괜찮은 방법이다.
공부 못하는 아이가 책상 정리에만 반나절을 버리듯
게으른 나는 할 일을 버리고 청소에만 매진한다.
그리고 잘 시간이 됐으니 오늘은 이만 하고 내일부터 다시 정신차리자 하고 잠이 든다.
청소 강박의 속내는 결국 이거다.
마음에 안 들었던 오늘의 나를 빡빡 지우고 새롭게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
그런데 그 짧은 다짐들도 잠시
아주 문드러지게 자고 일어나면 깨끗이 치운 방에서 눈을 뜨는 사람은
하지도 않는 인스타를 잠시 염탐하고, 습관처럼 유튜브를 잠시 켜 본 다음
알고리즘이 안내해 주는 대로 몇몇 영상을 누워서 재미지게 보고
밥을 먹어야 하니 넷플릭스를 켜서 또 하루가 가는
어제의 바로 나야 나!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나는 없다.
보톡스를 맞아 나의 주름을 지운들
성형을 해서 새로운 시선들을 상상한들
뿌염을 해서 좀 더 산뜻한 내가 된들
그 속의 나는 그냥 나다.
새로운 시작점에 나를 세우고 리셋시키고 싶어도
이제껏 나의 습관에서, 그냥 내 자리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는
그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