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무지 땅을 본 적이 있는가.
누구의 소유도 아닌 땅은 그 땅을 먼저 사용한 자에게 소유권이 생긴다.
바로 이런 황무지를 아빠가 발견했고, 그 즉시 아주 아주 깊은 땅을 팠다.
우리집은 다 아빠 손이 닿아 만들어졌기 때문에 지하수도 아빠가 연결했다.
이 지하수를 기어코 또 황무지까지 연결해 물을 채웠다.
뭘 했을까.
진흙을 조성해 연꽃을 심었다...(모네도 아니고...).
우리집 마당엔 백 종류도 넘는 식물이 심어져 있는데, 심지어 바나나 나무도 있다.
가끔 해외에 다녀올 땐 아저씨 양말에 외국 씨앗을 숨겨 오기도 한다(문익점도 아니고...).
절대 돈이 목적은 아니다.
그저 호기심 때문에 마당에 한번 심어 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후에서도 자랄 수 있는지 보려고.
바보같은 내가 바나나가 열리냐고 묻자, 아빠는 겨울에 딸 수 있다고 대답했다.
엄마의 설명에 따르면,
가을을 나고 더 따뜻해야 열매가 열릴 수 있을 때 겨울이 온다는 것이었다.
어쨌든,
서울에선 겨우 발바닥만 한 베란다 틈으로 식물을 키우지만
시골에선 잡풀 캘 힘만 있다면 어느 곳에 심어도 좋다.
연꽃을 심은 아빠의 황무지 땅엔, 어느새 작은 비단잉어 백여 마리가 헤엄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