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차에 치이더라도 길가의 비둘기를 먼저 피하고 보는 사람이다.
이것도 아빠 때문이다.
가장 귀여운 기억은 엄마랑 돌 위에 앉아서 쉬고 있는데,
아빠가 손 뒤에 무언가를 감춘 채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엄마가 경계를 하기 시작했지만 아빠가 배실배실 다가오길래 나도 따라서 배실배실 웃고 있었다.
아빠가 천천히 등 뒤에 감췄던 두 손을 펼치자마자
아주 작은 참새 한 마리가 내 이마로 튀어 올랐다.
이때 내 목소리가 나가지 않았던 건 천운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아빠의 취미 중 아직까지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사냥이다.
아빠는 사냥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데, 이 총은 경찰서에 가서 받을 수 있으며
사용 후에는 반드시 반납해야 한다.
나도 자세히 찾아보지 않았지만 생태계 유지를 위해 국가에서 사냥 허가 리스트를 주기도 한다.
시골에서는 간혹 사냥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어느 날 뒷마당에 살구를 따러 갔다가 뜬금없이 냉장고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린 마음에 '할머니 채소를 신선하게 보관하려고 그러나?' 하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수십 마리의 통통한 까치들이 한꺼번에 내 머리 위로 쏟아져 나왔다.
이 순간 기절하지 않고 버텼던 내 자신이 대견하기만 하다.
어쩌면 그동안 봐왔던 야생시체들이 날 단련시킨 듯도 했다.
까치는 흔히 설날 노래도 있을 만큼 길을 나타내는 조류로 우리는 알고 있지만,
사실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매우 커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한 생태계 교란종 2급에 해당한다.
당시 아빠는 경찰서에 가져다주기 전까지 죽은 까치들을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생태계 교란종은 인간으로부터 시작된 이유가 가장 크다.
다음엔 이걸 주제로 아빠랑 술을 마셔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