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절대 강요하지는 않지만 가족끼리도 돈으로 고용할 수는 있다.
용돈이 필요할 때 병욱이는 종종 아빠를 따라나서곤 했다.
동생과 나는 잘 가꾸어진 산림을 가도 별 감흥을 받지 못한다.
쌩 산에 있어 본 우리는 인공적으로 가꾼 풍경이 그렇게 웅장해 보이지 않았다.
산에서 병욱이는 많은 경험을 했다.
잣나무에 올라타 떨어져 죽기 전에 잣을 털어 내려왔고,
아빠가 잠시 한 트럭 집에 옮기러 갈 땐
언제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멧돼지를 경계하며 혼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한창 잣을 딸 땐 아빠와 병욱이 둘 다 엄청 지쳤었나 보다.
차 안에 우유도 없이 빵 하나가 있었는데
병욱이가 그 빵을 먹는 모습이란 오로지 살기 위해 먹겠다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참고로 우리 집은 전부 아빠가 만들었고 나무 보일러를 땐다.
이 나무 보일러조차 대형 사이즈로 아빠가 만들었는데,
문제는 21세기에 나무꾼마냥 나무를 해야만 한다는 것이었다.
아빠 말로는 산도 나무를 솎아줘야 한다고 했다. 식물을 가지치기하듯이.
그래서 듬성듬성 알맞게 나무를 하고는 했는데, 이 힘듦이 이루 말할 수 없다.
그 단단한 통나무를 트럭에 쌓아야 하니 말이다.
병욱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안 되지만, 예수님은 별 거 아니야. 그 십자가, 별로 무거워 보이지 않던데. 내가 그 십자가 500개는 든 것 같아."
한 번은 산속에서 병욱이와 감동실화를 찍은 적도 있다.
아빠가 가득 찬 나무를 잠시 집에 내려놓으러 갔을 때, 깊은 산속에선 정말로 멧돼지 소리가 들린 듯했다.
병욱이는 진심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나, 저기서 멧돼지가 튀어나오면 내가 이 통나무로 막고 있을 테니까, (뒤쪽 흙더미 언덕을 가리키며) 저쪽으로 바로 뛰어가라"
지금 이걸 읽는 이들은 무슨 헛소린가 하겠지만, 우린 정말 진지했다.
그리고 이때 들은 말은 가끔 내 눈가를 적시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