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종 면허가 있다.
19살 때 따서 벌써 갱신도 했다.
내가 트럭으로 도로주행을 했다고 그러면 사람들은 먼저 페달이 발에 닿았는지를 물어본다.
그러면 나는 반은 서서 딴 것도 같다고 대답해 주곤 한다.
어쨌든 1종을 딴 이유는 엄마 때문이었다.
하도 길이 아닌 길을 다니는 아빠 덕에 차가 진흙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 전화를 받기 싫어도 저녁 시간에는 데려와야 하니 긴 밧줄을 챙겨 엄마가 아빠를 구출하러 가곤 했다.
요는 그럴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만약을 대비해 나도 연습을 하라는 뜻이었다.
그 외엔 렌트할 때 수동이 필요할 때가 있을 거라고도 덧붙여 주었다.
한 번 떨어지고 두 번째에 합격을 했던 어느 날, 아빠는 나에게 차에 타라고 했다.
뭘 또 구경시켜 주려나 보다 했다.
아빠는 마을 사람들 밭에 야생동물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덫도 자주 만들곤 했다.
꽤 울퉁불퉁한 길을 오랫동안 올라갔다.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 있는 경우보다 머리가 천장에 닿아 있을 때가 더 많았지만 디폴트 값이었다.
차 문이 거의 땅에 닿다시피 도착한 곳에서는, 역시나 아빠 차가 반은 잠겨 있었다.
자연스럽게 밧줄을 걸고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차를 빼는 데 성공했다.
차가 둘, 사람이 둘이었다.
아빠가 나에게 말했다.
"운전할 수 있지? 천천히 조심해서 따라와"
나는 크게 당황하였지만 여차하면 앞에 가는 아빠 차를 들이박아도 되니 일단은 차에 올라탔다.
덜컹덜컹 두 차가 함께 내려갔지만 역시 아빠는 사기꾼이었다.
나를 두고 급한 볼일을 위해 먼저 내려가 버렸다.
내려가는 길에 시동이 열 번은 꺼진 듯했지만 나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그냥 헛웃음이 계속해서 나올 뿐이었다.
여차저차 집에 겨우 도착했을 때, 내 차를 발견한 엄마가 더 큰 헛웃음을 짓고 있었다.
운전 실력은 단기간에 늘은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