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지금까지 좋아했던 사람이 네 명 있다.
많아 보여도 서른을 바라보는 인생 중 네 명이면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다.
좋아했던 이유는 하나, 그냥 계속 생각이 나니까.
웃긴 건, 그중 세 명에게는 내가 먼저 고백을 했는데
더 웃긴 건, 더 이상 생각이 안 나고 좋아하는 마음이 사그라들었을 때 말을 했다.
고백보다는 좋아했었다고 통보를 하는 수준이었다.
중고등학교 땐 정말 이해가 안 갔다.
이사람 저사람 품앗이하듯 사귀는데, 유행에 뒤쳐지는 것 같아 중3 때 세이클럽으로 고백을 받아들였다.
두 시간 정도 쪽지를 주고받다가 갑자기 '사랑해'라고 하는데, 나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헤어지자'고 대답했다.
전설의 LTE급 이별이었다.
친구들한테 말했더니 그냥 계속 웃어대기만 했다. 학교가 좁아서 이미 소문도 다 난 참이었다.
어제의 자기 남친이 오늘은 친구의 남친이 되어도 하하호호 웃을 수 있는 고딩 한정 참으른 친구들이었다.
진지하자면 나는 중고딩 때도 나름 사랑에 대해 깊이 고민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그냥 유행에 뒤쳐지는 유교걸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잘은 모르겠지만 사귄 지 두 시간 만에 '사랑해'라고 듣는 순간 너무 불편했다.
왠지 사랑을 흉내 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같다.
나는 김성수에게도 사랑해라는 말보단 오늘도 좋아한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데,
괜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나 혼자 무겁게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렇게 생각했던 나였으니
누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만큼 큰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누구라도 좋아해 봤던 경험이 있을 텐데,
그만큼이나 내가 생각해 주었던 적이 있다고
괜찮다면 부담 없는 선물처럼 그냥 전해주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웃긴데, 나름 잘한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