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살 일기 (19.)남의 일기 스물일곱 2021. 4. 27. 21:07
졸업하고 4년 제대로 놀았다.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은 1도 없었다. 안정적인 된 다음 실컷 놀 수 있다는 말은 뻥이었다.
1살이라도 젊을 때 놀아야 하고, 여행하고, 공부해야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교 때까지 17년 동안 쥐어주는 공부만 했다. 그것도 정보 암기 수준.
제일 하고 싶은 건 공부였다. 그래서 책을 많이 읽었다.
여행 가고, 책 사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해서 알바를 했다. 10시 출근 3시 퇴근. 더 오래 할 수도 한 달 통으로 쉴 수도 있었다. 가장 큰 행운이었다. 3시 퇴근하면 내내 책을 읽었다.
주말엔 주로 국내여행을 갔다. 5년 반 연애한 성수와는 21곳을 갔다. 제일 좋았던 3곳은 1. 자전거로 제주도 둘레 바닷가 종주 2. 증도 갯벌 3. 비진도 섬 수영
해외여행은 6번 갔다. 유나랑 두 번, 나머지는 혼자서. 길게는 1달, 짧게는 9일.
집에 TV를 안 놨다. 라디오를 듣다 보니 클래식fm 애청자가 되었다. 클래식과 재즈 공연을 보러 다녔다. 외국여행 중에도 몇 번 갔다.
책을 읽다 보니 그림을 모르고 살 수는 없겠다 싶어 미술관 때문에 이탈리아에 갔다. 그래도 서울에서 본 마크 로스코가 짱이었다.
산 오지게 탔다. 주로 국내 9산. 코피 쏟으며, 아이젠 뽑혀가며 야간산행도 했다.
그렇게 4년. 나를 알게 되고 나니까 사람도 좋아하게 됐다. 돈은 부족해도 하고 싶은 일을 한 시간만큼 마음속엔 여유가 채워져 갔다.
이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내가 좋아하는 것을 대화 나누고, 새로 경험하고 배우고 싶어 서울로 왔다. 출판사에 취직했다.
좋아하는 책을 내는 건 아니지만 신나게 논 만큼 힘들게 배울 수 있는 곳이어서 좋다. 편집일을 한다. 재밌다. 15년 뒤쯤 작은 출판사를 하나 차려 내 책과 사랑하는 작가들의 책을 내보고 싶다.
졸업하는 이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것부터 하라고 하고 싶다.
사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하고 싶은 건 거의 못하고 산다. 이것부터 해결해야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