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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네이도 (20.11.17)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4. 14:53
내가 담당하는 책 중 미국에 거주하시는 저자는
오늘 토네이도가 닥쳐 전기가 차단되었다.
출판사의 연말, 하루하루가 불타오르게 바쁜 시기
원고를 왜 이렇게 늦게 주냐 차장님은 독촉하시지만
"토네이도가 닥쳐......."
라고 이야기해 봤자 미리 안 받은 게 잘못이라 결론날 게 뻔해 입도 뻥끗 안 했다.
마음 아프게도 일본은 지진과, 미국은 토네이도와 친구라던데, 내 친구는 반토막 난 원고이다.
독촉을 하도 하다 보면 저자들도 미안해서 일부라도 먼저 보내 줄 때가 있다.
그 일부가 참 받은 것 같지 않을 때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받아 진행 중이라고 말로 모면할 수 있는 원고.
내 회사 생활은 마치 다람쥐 같다.
산사태 날 줄 모르고 코앞의 도토리 몇 개 줍고 있는.
오늘도 출간일을 미루면서 여러 감정이 토네이도 쳤다.
아침마다 마감일을 지키지 못한 저자들의 민망한 웃음소리가 얼마나 멋쩍은 웃음인지
나도 알고, 그도 안다.
하지만,
그냥 서로서로를 이해하며 살아가고 싶은 아주아주 바쁜 연말 지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