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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 (20.11.04)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4. 12:30
더 배우고 싶어 돈을 벌기 시작했는데
이상하게도 돈을 버니 더 편해지고 싶어 했다.
나는 안 그럴 줄 알았는데 돈을 벌고 나이가 드니 결혼이나 아이 생각도 문득 스쳤다.
꿈도 꾸지 말자 싶다가도
바락바락 비혼만을 고집하던 마음속에 문득 아이 생각이 스치는 걸 보면
이게 나이가 든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그저 물리적으로만 드는 나이의 반증
아이에게 쓸 시간을 나에게 쓰고 싶다는 이기심이 첫 번째 이유라면,
두 번째 이유는 아이에게 상처를 줄 것이 미리 두려워서였다.
우리는 누구나 어린 시절에
나를 가장 사랑하는 부모로부터 폭력과 작은 상처들을 입는다.
크든 작든
알게 또 모르게
부모의 슬픔을 아이에게 투영한다거나
아이의 시선보다는 다른 사람이 바라볼 시선에 더 신경을 쏟는다거나
내 외로움을 채우기 위한 순간의 선택이었다거나.
무엇보다 아이에게 바라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면 했는데
그러기 위해 내가 나에게 만족할 수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커다란 지혜가 필요했다.
정신적으로도 또 재정적으로도 아이에게 나누어 줄 충분하고도 따뜻한 여유가 필요했다.
아직도 그 무게감이 나에겐 가장 먼저 다가오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