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장과의 싸움 (20.11.02)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2. 14:31
9월부터 내년 1월까지는 눈썹이 휘날리도록 바쁜 시기이다.
덧붙여,
우리 사장님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인 시간만큼 성과물이 나온다고 생각하는 (올드)맨이다.
직원 중 퇴근 시간에 나 혼자만 칼퇴를 한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것도 웃기지만 6시 이후로는 당연히 내 시간이니까.
만약 내가 맡은 일을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지 못한다면, 게다가 내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나도 야근을 한다.
하지만 월급을 주는 만큼 역할을 충분히 해냈을 때, 나는 뒤도 안 돌아본다.
퇴근 무렵, 사장은 또다시 회의실로 직원들을 소환했다.
다시 시작된 야근 타령. 하도 내가 칼퇴를 하니까 야근 얘기 못 들었냐면서 전체 회의를 진행한 것이다.
사실 내가 먼저 퇴근을 하면, 언니 둘도 따라서 눈치를 보다가 퇴근을 했다고 한다.
나는 학원을 다녀서 못할 것 같다니까
"그게 먹고사는 것보다 더 중요하나?"라는 멘트가 돌아왔다.
사장도 참을 만큼 참았던 것이다. 아마 사장님의 좁은 마인드로는 내가 물을 흐린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충분히...
분위기는 금세 싸늘해졌다.
그러고 난 후 또다시 야근 이야기를 꺼냈다.
점심시간에 나와 함께 회사 욕을 하던 언니들은 이미 사장님이 부르는 순간부터 포기한 듯했다.
나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충분히 이야기를 마친 사장님께서 할 말이 있는 사람은 해 보라고 했다.
나는 9시 출근 6시 퇴근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참 정적이 흘렀고, 팀장님께서 자기 의견을 몇 마디 덧붙인 후 회의는 끝이 났다.
사실,
(재수없게도) 짤리지 않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런데 짤린다면 그것도 나름대로 괜찮을 것 같았다.
심장은 조금 떨렸지만, 말하고 나니 기분은 매우 좋았다.
대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성수에게 카톡을 했다.
혹시라도 내가 짤리게 된다면, 몇 개월까지 커버가 가능하냐고...
회사생활은 아슬한 줄타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