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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 물에 불린 손 (20.10.26)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5. 2. 10:48
학교 다닐 때 내 별명은 아무 이유 없는 유리창과 외계인, 도라이 등등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중 가장 웃긴 건 '오뎅 물에 불린 손'이었다.
이유야 뭐, 손이 통통해서였다.
이건 백 퍼센트 유전이었는데, 엄마 손이 참 통통했다.
이유야 어쨌든 난 통통이 손 덕분에 초등학교 때 피아노를 배우게 됐다.
피아노를 시킨 엄마의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머리가 똑똑해진다는 비과학적인 이유와, 손이 얇아졌으면 하는 부질없는 바램
어렸을 적엔 삼촌이 옆방에 살았는데, 아빠와 삼촌이 기타를 심하게 잘 쳤다.
단칸방에 빼곡히 꽂혀 있던 연주 CD들이 괜히 마음을 설레게 했었다.
자연스레 악기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피아노, 장구, 기타, 팬플룻 등을 배우고
몇 개 배우다 보니 하모니카, 플루트, 대금 등은 독학으로도 가능했다. 아주아주 초보적인 선에서
어제 성수동에 놀러 갔다가 레슨 포스터를 발견했다.
재즈 피아노 1:1 교습이었다. 이게 웬 떡이냐.
바로 메시지를 날렸고, 퇴근 후에 첫 수업을 바로 쐈다.
초보자의 특징은 장비를 갖추고 본다는 것이다. 쿠팡으로 전자피아노를 로켓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