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취약점이 있겠지만 나에겐 그게 알러지다.
새우는 고위험에 게는 측정범위 초과로 수치조차 알 수 없지만, 그 외에도 진드기와 먼지 등등
나를 낳아 준 엄마 말마따나 다시 태어나는 게 낫겠다 싶을 때도 있다.
배 속에 넣어주기만 한다면 싹 다 고쳐셔 다시 등장하고 싶을 정도다.
새우깡과 알새우칩에 진짜 새우가 들었을까? 궁금하면
나에게 먹여 보면 안다.
성분이 미세하게 들었고 나머진 향만 내는 구라라 해도, 나는 그 성분을 드러낼 수가 있다.
새우깡 하나에 볼에 반점이 부어올라 두 달을 창피한 적이 있었다.
가장 큰 어려움은 국물을 우려낼 때 쓰는 건새우나 게다.
김치수제비에 건새우가 몇 알 숨어 있었든,
길거리 오뎅을 먹는데 사실은 게로 우려낸 것이었든
결론적으론 온몸이 붓고 눈을 뜰 수 없어 응급차 안에서 주사 여러 방을 한꺼번에 맞아야 한다.
사실 주사의 아픔은 가려움에 가려져 느껴지지도 않는다.
신기한 건 그렇게 극한 상황에서도 내 옷이 훌렁훌렁 들춰진다는 사실이 너무 창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내 얼굴과 몸이 두 배로 불어나는 기적을 내 친구 몇몇은 본 적이 있다.
이때 친구들에게 나는 선풍기아줌마란 별명을 얻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새우소금구이(였)다.
이제 남은 방법은 하나뿐이다.
죽기 전에 먹고 때깔 나쁘게 숨을 거두면 된다.
너무너무 먹고 싶어서 대학병원에 찾아갔더니 포기하라는 말만 들었다.
주사로 조금씩 알러지 성분을 주입해 면역력을 키워나가는 방법이 있지만,
나는 평생 면역력만 키워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얼마 전엔 라면에 김치를 먹다가 새우 젓갈로 라면이 아니라 내 얼굴이 분 적이 있었다.
걸어가다가 눈두덩이에 시야가 아주 가려 길가던 경찰차를 얻어 타고 응급실에 갔다.
내 몸과 얼굴이 얼마나 부었는지 나는 볼 수 없어서 괜찮지만
나를 배려한답시고 의사 선생님이 허공을 바라보며 설명해 주던 게 생각난다.
김성수와 가을엔 젓갈 없는 김장을 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