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는 다 안다. 서로 숨만 들이마셔도 지금 무슨 말을 할지. 불평인지, 조금 전에 봤던 아저씨 이야긴지, 혹은 별말 아닌 농담인지. 갈래가 100% 들어맞는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7년 동안 우리가 가장 많이 투자를 한 것은 대화였다. 다만, 가끔은 정말 무서울 때가 있다. 뒤통수만 보고도 내 심리를 파악할 때다. 가령 어제 날이 너무 더워 빙수집에 들어갔는데, 화장실에서 돌아오던 김성수가 내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맛이 없나 보네." 소름이었다. 나는 분명 코를 박고 숟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안 먹고 있었다면 이해나 갈 텐데, 어떻게 알았냐고 물어보니 숟가락질의 타이밍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오늘은 이런 일이 있었다. 친구를 만나고 온 김성수가 집에 오자마자 갑자기 청소기를 돌렸다. 그러더니 "유리야, 산책 가자"고 말했다. "갑자기 왜?" "그냥, 니 기분이 지루해 보여서" 오는 길에 카페에 들렀는데, 김성수는 일기에 이렇게 쓰고 있었다. '유리는 집중이 잘 안 될 때, 머리카락이 바닥에 아주 많이 떨어진다' 사실인 게 나는 집중이 안 되면 나도 모르게 머리카락을 만 번은 빗어 넘긴다. 그래서 집에 오자마자 청소기를 돌렸고, 나에게 산책을 권했던 것이다. 물론 모든 연인들이 다 그들만의 세심한 마음 읽기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뒤통수를 뚫고 머리와 심장을 파헤치는 김성수가 무섭다가도, 여전히 나를 읽으려고 노력해 주는 김성수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