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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 (20.04.07)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30. 10:47
물리학을 공부하는 한 여자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
앞길이 뻥뻥 뚫린 의사가 될 남자!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심지어 나를 너무 사랑하기까지 한다.
모든 게 끝났다. 이제 이 여자의 인생에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이를 낳고, 공부를 하고 싶으면 마음껏 공부하며
그런데 이 평탄한 길에 다른 남자가 있다.
30살 많은 대학 교수이며 이 여자의 수업을 담당하는
한없이 편안하며 나의 모든 걸 말할 수 있는 남자
내 정신을 그대로 던질 수 있는 남자
감정이 통하며, 내 감정이 숨을 쉴 수 있는 남자.
두 남자 사이에 있던 여자는 어느 순간 결정을 내린다.
'의사가 될 남자도 못지않게 사랑한다고'
인생 처음의 관계를 맺어, 삶의 구멍을 뚫었다.
정확히 콜린(의사가 될 남자)만한 크기와 모양의 구멍을 통해
여자는 자신의 미래를 그리며, 미리 보기도 한다.
이제 정신을 내던질 수 있는 남자와는 헤어져야 한다.
여자는 교수와의 외도마저 들켜 버렸다.
섹스가 아니라, 그 남자와 애틋하게 술을 마시며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남자친구는 교수와의 헤어짐을 요구하고, 여자를 받아 준다.
확실히 남자는 여자를 사랑했다.
구멍을 내기로 했을 때 함께 그렸던 미래를 다시 밟기로 하면서.
이제 여자는 편한데, 또 다른 편안함은 사라져버렸다.
결혼을 하고
결혼 내내 남자도 여자도 마음 한편에 미묘한 무언가를 가진 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