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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20.04.01)남의 일기 스물여덟 2021. 4. 29. 22:03
가끔 이것만 있으면, 또 저것만 있으면 행복해질 것 같을 때가 있다.
그리고 이것을 반복해서 스스로 우겨댈 때가 있다.
스스로 걸어대는 주문을 넘어
또 가끔은 남한테 보여졌을 때 행복해 보일 것 같은 느낌에 집착하게 될 때도 있다.
뭐가 됐든 이게 심하다 싶으면
이제 여기서 나의 악마는 싹이 튼다.
한낱 쓸모없는 집착이!
이런저런 것이 없어서 내가 불행하다는 결론은, 한번 잘 고민해 봐야 한다.
그 불행의 원인이 불쌍한 '나'에게 있는데
불쌍한 나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이런저런 것을 욕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욕망이 과할수록 오히려 불쌍한 나에게서 눈을 감고 싶은 것 같다.
이런저런 것을 돈을 주고 사서 갖추든
한 사람을 기어코 나에게 맞추어 갖추든
가지고 났더니 행복이 아니라 더 깊은 심연 속에 나를 빠뜨릴 때가 있다.
대체적으로 가장 간단한 선택들이, 가장 선명한 이미지로 보이는 결과를 약속할 것 같다.
그런데 아주 선명한 이미지를 '가장'한 아지랑이일 때가 많다.
그저 불쌍한 나만의 상상이었던 것처럼
몸은 나이에 주름져 가는데
정작 마음은 여전히 반복해서 허상만을 좇고 있는 건 아닐지.
사람의 진중한 세월을 닮은 주름보다
주름 하나 없는 반질반질한 물건만 쌓여가는 게 아닌가 싶다.
내 가치가 가끔 이런 저런 것들에 밀렸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